미국 中통신장비 배제 행정명령 수일내 발표/국내 이통사 중 LGU+만 화웨이 장비 사용… 이유는?/보안 안전성 의견 엇갈려/여론전 나선 화웨이 가격·품질·일자리창출 등 홍보미국이 연일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의 숨통을 조이는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U+)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내달 5G 통신망 상용화를 앞두고 국내 이통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헝가리를 방문해 "화웨이 장비를 쓰면 미국으로선 협력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성'을 설파했다.

앞서 미국 외에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 우방국들이 화웨이 배제를 선언한 가운데, 유럽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쪽에서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화웨이에 전방위 압박 가하는 미국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의 차세대 통신네트워크에 사용되는 장비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수일 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 초안에 개별 기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타깃은 화웨이가 될 것이라고 매체들은 덧붙였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중미 무역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내다봤지만, 백악관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식은 보류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5G 통신장비 구축에 있어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일본 등 공급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 정보 유출을 가능케 하는 '백도어(back door)'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2012년 미국 하원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담긴 보고서가 제출됐다.

2016년에도 미국에서 판매 중이던 화웨이 스마트폰서 백도어가 발견돼 논란이 불거졌다.

영국 정부도 지난 6일 자국 통신 인프라 검토에 들어갔다.

화웨이를 타깃으로 한 조처다.

인프라 검토 조치는 지난해 7월 영국 정보통신부(GCHQ) 산하 화웨이 사이버 보안 평가센터(HCSEC)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른 것이다.

GCHQ는 "화웨이로 인해 영국의 통신 네트워크가 안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왜 화웨이 장비를 고집하나이런 분위기에도 정작 우리나라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화웨이 배제 움직임에 섣불리 동참했다가 중국의 사드 보복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5G 보안기술자문협의회를 구성했지만 5G 장비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통신사 자체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이통사 중 유일하게 LG유플러스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5G 상용화를 개시한 세계 5개 이통사 중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쓰는 건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국내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의 장비를 사용한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화웨이 장비만으로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다.안테나와 유사한 5G 장비는 개인정보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경쟁사도 유선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안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정부 기관으로부터 보안 안정성 검증을 받았으며 전문기관을 통한 검증 체계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LG유플러스가 2013년 LTE(롱텀에볼루션) 망 구축 때부터 화웨이를 선정한 결정적 요인이 '낮은 단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삼성전자, 에릭슨 등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또 LTE와 5G 서비스의 연동성을 고려한다면 LTE 당시 도입했던 화웨이 장비 외에 다른 업체의 장비를 선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LG유플러스는 "어떤 업체를 선택하든 보안에 관한 우려는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근거로 든 기준들은 장비 보안기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백도어 존재 여부를 판별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사용자와 인터넷을 연결시켜주는 무선 장비를 상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유선 장비의 안전성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우리가 없으면 안돼" 반격 나선 화웨이그런가 하면, 지난 11일 백악관의 행정명령 검토에도 이미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 중인 미국의 지방 통신사들은 '화웨이 보이콧'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도 있었다.

영국의 이동통신사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 닉 리드는 "5G 망 건설에서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필리핀은 이미 '보이콧 불참'을 선언했다.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결국 실패하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는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15일 중국의 한 매체는 최근 화웨이가 뉴질랜드 주요 현지 신문에 전면광고를 실었다고 전했다.

"화웨이 없는 5G는 뉴질랜드팀 없는 럭비 경기와 같다"는 제목의 광고에서 화웨이는 자사가 없으면 뉴질랜드 국민들은 ▲최고의 5G 기술 사용 기회를 잃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은둔형 경영자였던 런정페이 회장은 언론인터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제적인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초 '사이버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자사의 최고 강령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향후 5년 간 보안 강화 등에 약 2조2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여러 국가가 화웨이를 '사이버 스파이' 업체로 지목하며 견제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 궁지에 몰린 LG유플러스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