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갭투자' 부메랑…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 몫경기도에서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2년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

당시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가 나올 때 보증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씨가 현재 거주 중인 집의 전세 계약을 할 당시 융자가 없었으나 그새 융자금이 생겨 임대인은 다음 전세 세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 A씨는 "법적인 절차도 알아봤으나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여의치 않았다"며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오는 4월 월세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 B씨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까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임대인에게 이사계획을 알리니 "집이 빠질 때까지 세입자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소송해도 그 전엔 돈을 받지 못할 거라며 소위 ‘배째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는데도 임대인은 기존 가격을 고집했고 B씨는 "받아야할 돈을 받기위해 이렇게 불안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주택 매매·전셋값 급락으로 전세 보증금을 제 때 반환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급기야 A,B씨처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까지 하소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7일 부동산 매매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2월 셋째 주(15일) 기준 1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대비 0.07% 하락했고 신도시와 경기·인천지역도 각각 0.07%, 0.09% 하락했다.

매매가도 13주 연속 떨어졌다.

매매, 전세가가 동반 10주 연속 하락한 것은 7년 만이다.

2012년에는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사람) 현상이 논란된 바 있다.◆ 무분별 ‘갭투자’ 부메랑에 피해는 세입자들 몫이 같은 부동산 전세, 매매가격 하락요인으로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이 꼽힌다.

지난 부동산 대책에 따라 ‘종합부동산세’가 인상했고,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엄격해졌다.

여기에 과거 부동산 투자 열풍에 따른 무분별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투자)는 ‘역전세난’을 더욱 부추겼다.

낮아진 전세가에 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임대인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임대인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 전세를 이전보다 싸게 내놔도 세입자가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며 "세입자를 못 구했을 때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하는데 전세반환대출도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도 곤란을 토로한다.

보증금을 받기 위해선 임대인을 상대로 민사소송 하거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조정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조정위는 임대인이 조정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조정절차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세입자도 증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보증에 가입한 가구는 2017년 1만272가구에서 지난해 2만5980가구로 급증했다.◆ "전세 보증금 반환 법적으로 보장해 달라"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사이에서는 법적으로 전세 보증금 반환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전세금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 법적처벌 해주세요", "전세보증금 반환법 만들어주세요", "전세세입자를 지켜주세요" 등 청원이 잇따랐다.

2016년 9월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등은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임대보증금반환 보장보험’ 가입 의무화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갈등 조정과정에서 임대인, 임차인 중 한쪽이 신청하면 절차가 개시되는 내용 등을 다뤘다.

당시 김 의원은 "역전세난의 가시화가 우려되고 있는데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제도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집값만큼 높아진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임차인 보호대책이 단기적으로 절실하다"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