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안보회의’ 對美 격전장 전락 / 美·中, 글로벌 패권싸고 전운 고조 / 펜스 “동맹국 화웨이 장비 안써야” / 양제츠 “기술 패권·승자독식 안돼” / 남중국해 ‘美 항행자유’도 맹비난 / 美, 전통 우방 EU와도 전선 확대 / 펜스, 獨 등 이란 제재 훼손 비판 / 메르켈 “동맹국과 핵합의 지켜야” / 러 가스관·관세 부과 놓고도 공방독일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뮌헨 안보회의가 미국 대 중국, 미국 대 유럽연합(EU) 간 격전장이 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화웨이(華爲)와 남중국해, 이란 핵합의, 독·러 가스관 사업, 무역관세 문제 등에 관한 미국 측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펜스 부통령 연설은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하는 장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화웨이·남중국해 놓고 격돌한 미·중…패권갈등 고조G2(주요 2개국) 국가인 미·중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 속에 양국 간 전운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각국 지도자에게 "중국 법은 정부가 기업에 네트워크와 장비의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안보 동맹국들과 함께 화웨이와 중국의 다른 통신기업에 의한 위협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요한 통신 기반시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제츠(楊潔?) 정치국원은 즉각 "기술패권을 거부한다"고 반격했다.

그는 "‘윈·윈’(Win-win)과 ‘올·윈’(All-win) 접근법을 따라야 한다"며 "이데올로기적 편견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제로섬’과 ‘승자독식’ 사고를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화웨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 유럽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 법률은 기업이 고객사의 정보를 몰래 훔쳐보거나 수집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남중국해에서의 미 해군 ‘항행의 자유’ 작전에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단호하게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우리는 ‘항행의 자유’라는 구실로 중국 주권과 국익을 해치는 어떠한 활동에도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역설했다.◆미·EU도 이란 핵합의, 러시아 가스관, 관세 놓고 충돌펜스 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EU와도 사사건건 충돌했다.

그는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이란의 ‘살인적 혁명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제 유럽의 파트너들은 참담한 이란 핵합의에서 철수해 우리와 함께 경제·외교 압박에 동참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반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여러 EU 동맹국과 함께 이란 핵합의를 지키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펜스에 앞서 연단에 선 그는 "중동에서 대량 난민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국제 협력이 필요하며,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역내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 ‘노르트 스트림2’ 문제로 옮겨붙었다.

펜스 부통령은 독일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 심화가 러시아의 포로가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은 러시아와 모든 관계를 끊는 데 관심을 가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펜스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이 문제로 별도 회담을 가진 뒤 "우리는 동구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서방을 강화할 수는 없다"고 다시 공세를 펼쳤다.

메르켈 총리는 이밖에 "독일은 우리 자동차를 자랑스러워 한다.많은 독일 차가 미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된다"며 "만약 미국이 이를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의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 검토 방침을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 연설이 끝나자 회의장에서는 이례적으로 100여명의 각국 수장 및 고위관료들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으며, 이방카 보좌관만 굳은 표정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유태영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