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CAO, 남북 상공 통과 논의 / 美, 제재 유지 전략 따라 막은 듯북한과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남북한 상공을 통과하는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미국이 이를 차단했다고 서방의 외신이 전했다.

북한이 외국 국적기에 새로운 항로를 열어줄 계획이었지만, 미국이 오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협상 전략에 따라 북한과 ICAO 간 협의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항공기는 북한 영공을 피해 우회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항공기가 북한 상공을 지나가다가 북한이 예기치 않게 발사하는 미사일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이 왕성하게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을 당시 북한 인근을 비행하던 민간 항공기에서 북한 미사일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었다.

남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안전한 새 항로가 열리면 아시아와 미주 대륙 및 유럽 지역을 오가는 항공기는 시간과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ICAO와 192개 회원국은 남북한을 지나가는 새로운 항로 개설 방안을 협의했고, 북한 측도 새 항로가 열리면 항공 산업 부활을 모색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ICAO는 북한군과 항공 분야 민간인 종사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훈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항공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를 했었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지렛대와 인센티브를 유지하려고 ICAO가 북한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대북 제재 망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북한이 보상받을 행동에 나설 때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지렛대를 확고하게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북한은 한때 독일,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등을 오가는 국제노선을 운영했지만, 잇단 대북 제재 등으로 항공 노선을 대폭 줄였다.

한국 정부도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미주 노선 항공기가 북한 영공을 이용하면 비행 거리를 약 200∼500㎞ 단축할 수 있어 국내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원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ICAO에 새 항로 개설을 요청했고,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이 평양 FIR(비행정보구역)와 인천 FIR를 연결하는 제3국과의 국제항로 개설을 ICAO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