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민주당 정국 주도권 놓고 대립 격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 이후 미 정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불복 결의안 추진 의사를 밝히자 백악관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미 정계의 샅바 싸움에 타협은 실종되고 강대강 대치만 이어지는 모양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의회가 불복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밀러 고문은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을 근거로 의회가 대통령에게 이 조처를 내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자신의 대선 공약인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이에 불복하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하원 과반수를 확보한 데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상사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결의안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밀러 고문은 "다음 세출 주기가 끝날 때까지 아마 수백 마일의 장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국경장벽 상당 부분이 2020년 대선(11월) 직전인 같은 해 9월까지 건설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발언은 국경장벽 이슈를 차기 대선까지 활용할 뜻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폭스뉴스 등 외신은 분석했다.

차기 대선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앞장서 비상사태 제동 걸기에 나섰다.

이날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재난 구호에 배정된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재난기금 보호법’(Protecting Disaster Relief Funds Act)을 공동 발의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등 민주당 여성 대권 주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유력한 ‘잠룡’으로 꼽히는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상원의원도 동참했다.

민주당 소속인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도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즉시 행정부를 고소하겠다"고 밝혀 당에 힘을 보탰다.

공화당 측도 정국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이자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2017년 미 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의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는 ‘행정부 쿠데타’이며 그 내용을 모든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경질한 직후인 2017년 5월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을 일부 장관들과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9월 보도한 바 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