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먼 길을 돌아서 왔지만 그는 모델이 됐다.

시니어 모델 김칠두(63·사진)씨는 '세계 4대 패션위크 진출'이라는 꿈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S/W시즌 헤라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해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에 흔치않은 시니어 모델이다.

19일 국민일보는 김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씨는 인터뷰를 통해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달기까지 머나먼 여정을 토로했다.

그는 국가가 개인의 머리카락 길이까지 관여하던 1970년대에도 장발을 고수하며 모델을 꿈꿨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 교육기관인 '국제복장학원'에서 여성 의류 디자인을 배웠고, 이따금씩 모델 경연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주린 배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김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모델 일을) 계속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자신을 알릴 수단이 많지만 그때는 전무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는 부득이하게 진로를 돌린 뒤 채소와 과일, 생선 등까지 안 해본 장사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모델과 패션에 대한 미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30대 중반쯤 직접 디자인한 여성 외투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도매로 팔았다.

그대로 '꽃길'만 걸었으면 좋았겠다만 김씨는 폐업의 고배를 마신 뒤 순댓국 가게를 열었다.

가게는 한동안 잘나갔다.

그러나 이 역시 결국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그렇게 환갑을 맞이했다.

노후를 걱정하던 김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 현장에도 나가봤지만 정착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 무렵 김씨의 딸이 그가 청년 시절 품었던 꿈을 되살렸다.

시니어 모델을 권유한 것.이후 김씨는 학원을 다니며 워킹과 사진 수업 등을 들으며 '젊은날의 초상'을 현실로 만들어갔다.

그렇게 한달여 후 김씨의 에이전시는 패션 브랜드 A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A사는 그를 지난해 3월 열렸던 'S/W시즌 헤라 서울 패션위크' 런웨이 위에 세웠다.

김씨는 당시 무대를 회상하면서 "시니어 모델로서는 처음 아닐까요"라며 기뻐했다.

정식 데뷔 후 그는 여러 곳에서 화보 촬영을 의뢰받는 등 연락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열린 '2019 S/S 시즌 헤라서 울패션위크'에도 다시 서게 됐다.

향후 계획에 관해 김씨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꿈에 그리던 모델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게 됐지만 수입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이에 아내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기도 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보려 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모델로 살 생각"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사진=김칠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