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주의'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20대 남성에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19일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해외체류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군 복무를 마친 남자는 전역한 다음해부터 7년간 병력 동원훈련, 향방작계훈련 등을 7년에 걸쳐 받아야한다.

A씨의 경우 2014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예비군훈련 대상자다.

그러나 A씨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아 기소됐다.

A씨가 예비군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비폭력주의자'였기 때문이다.

A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대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였다"며 "훈련 불참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A씨는 애초에 입대를 거부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입대했다.

그러나 A씨는 신병 훈련 과정에서 군 복무는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입대를 후회했고 결국엔 자원해서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회관관리병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역 후에는 더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훈련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A씨는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의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고통,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비폭력주의' 등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을 인정한 첫 사례로 향후 양심적 병역거부의 폭이 종교를 넘어 윤리·도덕·철학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