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폐플라스틱 금수조치 후 해외 진출 잇따라 / 20억 투자받은 팰릿 생산업체 / “1년새 매출 40억→120억 급증”/ 단기적으론 국내 업계에 호재 中서 수입가 낮춘다면 ‘직격탄’/ 국내 폐플라스틱 이물질 많아 / 수출량 맞추려 쓰레기 수입도경기도 화성의 재활용업체 한백 재생산업은 지난해 중국 재활용업체로부터 20억원 넘게 투자를 받았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팰릿(pallet·재생 플라스틱 원료)을 전량 중국으로 수출하는 조건이었다.

노환 대표는 "우리나라 재활용시장이 2013년부터 내리막을 걸어 2014∼2017년 매출이 매해 6억∼12억원씩 뚝뚝 떨어졌다"며 "중국 투자를 받아 전량 수출하게 되면서 1년 새 매출이 4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300% 올랐다"고 전했다.

중국 재활용업체들이 우리나라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중국 내 폐플라스틱 수입이 전면 금지되자 외국으로 쏟아져나왔다.

폐플라스틱으로 재생 플라스틱을 만들던 중국 기업들이 원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큰 업체들은 선진국에 투자를 하고, 영세한 업체들은 동남아처럼 비교적 감시가 느슨한 나라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로도 중국 업체가 진출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

노 대표는 "(업체 수로 따지면)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으로 진출하는 업체가 많지만, 이런 곳은 인프라가 취약해 하나부터 열까지 진출하는 업체가 다 챙겨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재활용 기술이 발달해 금방 물건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중국 업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가 국내에 진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국내 업체에 투자해 처리용량을 늘린 다음 여기서 만든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수입해 가거나 아예 국내 공장을 사들여 직접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내 10여개 업체가 중국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표는 "국내 고형연료(SRF)나 물질재활용 등 폐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은 내리막인데 그나마 중국 투자가 있어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재활용업계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재생 원료 수입업체들이 담합을 해서 수입가를 낮출 경우 그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쓰레기통’이었던 중국이 금수조치를 계기로 재활용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갑’이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12월 중국 업체들이 평년 동기보다 가격을 20%가량 낮추는 바람에 국내 업체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수출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수입량이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국내 폐플라스틱은 이물질이 많아 손실률(재활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비율)이 30%나 되지만, 미국이나 영국·호주산 폐플라스틱은 손실률이 2∼5%에 불과해 수입 원료를 쓰는 게 훨씬 이득이란 입장이다.

결국 한쪽에서는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고, 다른쪽에서는 중국 수출물량을 만들기 위해 남의 쓰레기를 수입해오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이 갑자기 정책을 바꿀 경우 국내 영세한 재활용업체들이 연이어 도산을 하는 등 재활용 인프라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중국에 저가로 수출하는 것에 취해 국내 재활용업계의 체질 개선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