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충 사람의 씰루엣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사람으로는 볼 수 없는 ' 물체가 어느날 주인공의 남편이 된다 . 정세랑 소설 < 옥상에서 만나요 > 주인공은 직장에서 갑질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하루를 버텨내는 인물이다 . 비슷한 처지에 있던 절친 회사 언니들이 하나둘씩 결혼하며 떠나가자 주인공도 버거운 삶을 결혼으로 떨치길 바라는 마음에 ' 비법 ' 을 전수받는다 . 옥상에서 마법주문을 외우면 남편이 나타난다는 ' 믿기 어려운 ' 비법을 . 그녀는 속는 셈 치고 주문을 외우는데 ' 사람 ' 이 아니라 그 무엇인가가 나타난다 . 운명이라 생각하고 집에 데려다 놓은 주인공 . 새로 얻은 물체 같은 남편은 그녀에게서 ' 절망 ' 을 빨아들인다 . 남편은 절망을 빨아먹어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한 < 옥상에서 만나요 > 는 생활고에 지친 이들에게 ' 절망 ' 을 빼앗아 가면 얼마나 삶이 나아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 주인공은 본인의 절망이 더 남지 않자 공무원 시험 오수생 , 왕따에 시달리는 여중생 , 기르던 돼지를 구제역 파동으로 생매장한 축산업자 등을 집으로 데려와 , 남편이 절망을 빨아들이게 한다 . 절망을 없앤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간다 .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의 결과를 보면 항상 ' 최악 '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 고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 분배는 점점 더 ' 빈익빈 부익부 ' 화 돼간다 . 소득주도성장이 무색하게 빨간불 ' 지표 ' 들 뿐이다 . 국민들의 삶에 점점 더 ' 절망 ' 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 실제 오늘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4 분기 소득분배지표는 더 벌어졌다 . 특히 소득 하위 20% 인 1 분위의 가계소득은 17.7% 나 급락했다 . 상위 20% 인 5 분위는 10.4% 나 증가했는데 말이다 . 무엇보다 1 분위의 근로소득은 36.8% 나 떨어졌다 . 1 년 전 100 만원을 벌었다면 이젠 63 만 2000 원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더 이상 놔둘 수 없다고 본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특히 올 들어서는 ' 포용국가 복지정책 ' 에 집중하며 돌봄부터 노후까지 아우르는 '2022 년 달라지는 삶 ' 을 제시했다 . 모든 국민이 , 전 생애에 걸쳐 , 기본생활을 영위하는 나라라는 포용국가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 돌봄 , 배움 , 일 , 쉼 , 노후 등 국민 생애주기에 따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 기본생활 ' 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뼈대다 . 국가가 ' 기초생활 ' 보장을 넘어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과 대학 입학금 폐지 , 사회서비스 일자리 34 만개로 확대 , 주 52 시간 근무 안착 , 치매 부담 비용 절반 줄이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 문제는 3 년 후 , 정말 저렇게 달라진 삶으로 살고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데 있다 . 국민들조차 ' 다함께 잘사는 ' 대한민국이 정말 오긴 오는 걸까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 대책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피부로 느끼는 체감과의 간극은 점점 커지면서다 . ' 절망 ' 은 직업 , 직책 , 소득 , 부동산 , 학력 등 상대적 박탈감에서 크게 느낀다 . 포용국가를 외치는 정부라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정책이 아닌 , 좀 더 세밀한 정책으로 다가와야 한다 . 서민들은 ' 절망 ' 을 줄여주는 정책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