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과 선생님들도 잘 이해하지 못 할 수준이다.직접 해오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업무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가타부타 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조명된 의사들의 모습은 대부분은 늘 바쁘다.

특히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새벽부터 이른 아침까지, 아니 24시간 365일 가장 시급한 생명을 다루는 일을 업으로 하기에 바쁘다 못해 긴장감이라는 스트레스를 늘 달고 살아야 한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 회장도 이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환자 한 명 한 명 보는 데 따르는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는 다른 과 선생님들이 잘 통제된 상태에서 걸어 들어오는 외래 환자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달려갈 복장에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께 의료원 집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윤 센터장 사망 후 국내 응급의료와 관련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윤 센터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평생을 바쳤던 응급의료체계 개선 숙제는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조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는 조 전 회장과의 약 1시간 30분 동안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현황과 개선점을 들어보았다.◆응급실 업무강도가 어느 정도냐고요? 주 52시간 근무를 놓고 사회적 갈등을 보인다.

응급실 의료인들에겐 주 52시간 근무는 꿈 같은 이야기다.

현재 응급실 전공의는 주 88시간 근무를 초과해선 안 된다.

생사(生死)를 다루는 응급실의 주 88시간 근무는 업무강도를 볼 때 그 이상이다.

조 회장도 응급의학과 업무강도를 타 과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외래 환자들은 병력, 가족력, 증세 등을 자세히 이야기한다.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이런저런 검사도 한다"며 "응급실은 일단 환자들이 흥분된 상태로 오는 경우도 있고, 감정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의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의료인을 상대로 한 구타도 많이 일어난다"라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질병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그런 환자들은 중환자겠지만, 의식이 안 좋기 때문에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병의 진행 상태 등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진단을 해야 한다.필요한 경우엔 최종 진단이 나오기 전 여러 가지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곳이 응급실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다 과로사할 정도인가? 그렇지는 않다.윤 센터장은 자신이 특별한 위치에 있어 더 많은 일을 감당했던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업무강도가 높은 이유도 있다.

지난 2013~2017년 응급실 전담 응급의학 전문의는 916명에서 1228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환자 수와 무관하게 TO를 배분하다 보니 업무강도 해결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조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당히 늘었다.응급의학과가 매력이 있기 때문에 지원이 늘고 있는 것 같다.(웃음)"면서 "응급의학과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여러 증상에 적절한 도움을 주는 전문 과목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 현재의 두 배 정도로 늘어야 한다.의료 인력을 길러내는 시스템과 맞물려 있지만, 당장은 어려워도 궁극적으로는 이뤄지길 바란다.또, 지역거점병원 응급센터가 활성화된다면 환자 내원이 분산될 테니 전문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닥터헬기 필요하지만, 육상이송 시스템 개선이 더 '시급'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을 요하는 곳이다.

응급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2022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따르면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 목표치는 2017년 52.4%에서 2022년 60.0%로 했다.

이는 곧 10명 중 4명은 적정 시간 내 도착이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응급환자 이송과 관련해서는 개선 목소리가 컸다.

대표적으로 '닥터헬기' 도입확대가 있다.

현재 닥터헬기는 인천, 전남, 강원, 경북, 충남, 전북 등에 총 6대가 있다.

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도 헬기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선결과제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병원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닥터헬기가 있으면 좋겠죠. 그런데 교통사고 현장에 헬기가 앉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누가 지상에서 헬기 착륙을 컨트롤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특히 닥터헬기는 크기가 일단 헬기와 달리 커 착륙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에 드는 자원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민간병원에서 헬기장을 만들고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헬기로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고, 헬기 운영비만도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다.

조 회장은 오히려 닥터헬기 도입에 사용될 비용을 육상이송체계 개선에 투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육상이송체계에 관한 질 향상이 필요하다.강원도나 섬 지역 등은 헬기가 굉장한 도움이 되지만, 서울이나 이런 육지는 곳곳에 병원이 있어 구급차 이송이 낫다"면서 "육상이송체계가 잘 돼 있다면 헬기보다 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응급의료환자 이송은 소방과 민간 구급차가 전담하고 있다.

소방은 병원 전 환자 이송, 민간 구급차는 병원 간 이송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두 구급차의 시설에도 문제가 있어 이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간 구급차의 경우는 그동안 많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17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구급차 수는 7764대로 특수 3502대(45.1%)와 일반 4,262대(54.9%)로 집계됐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312대, 응급의료기관 550대, 응급의료기관 외 의료기관 2443대, 기타시설 95대, 119구급대 1384대, 군 2027대, 경찰 55대, 이송업체 892대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사설 구급차 문제가 왜 많을까. 예를 들어 미국 그랜드 캐년에서 다친 A 씨를 국내로 이송하는데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만약 우리도 환자 한 명 이송하는데 의사, 간호사가 같이 탈 수 있도록 비용을 책정했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나"라며 "돈도 많이 벌고 훌륭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그런데 소득이 너무 낮아 편법을 저지르는 것이다.돈 많이 주면 저도 구급차 회사에 취직해서 최선의 진료를 하고 그렇지 않겠나. 따라서 사설 구급차 개선을 위해 국민이 이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현재는 택시비보다 조금 더 주는 상황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구급차 운영방식을 하나는 기본 구급차, 다른 하나는 전문 구급차로 하는 '투 티어'(two-tier, 2단계제)로 할 필요가 있다.프로토콜을 만들어 신고를 받으면 증상의 경중을 판단해 구급차를 배치하는 것"이라면서 "인근에서 기본 구급차가 출동했는데 중환자라고 생각하면 전문 구급차가 중간에 투입하면 된다.외국에서 적용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투 티어 방식 도입이 고려될 필요성이 있는 이유는 국내의 경우 육상이송 이용률이 높고 편익이 높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육상이송 개선 또한 시급한 상황인데 이슈화 부족과 관심도가 낮다고 아쉬워했다.◆응급의료체계 개선 어렵지만 포기하면 안 돼 이외에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또 있다.

환자 전원 문제이다.

지난 2016년 9월 전라북도 전주에서 중상을 입은 남아가 일대 병원 13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환자 전원 문제는 정말 열악하다.현재 아주대학교병원은 '전원 문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받아라. 받고 나서 해결하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라며 "문제는 환자 질환과 관련한 전문의가 어쩔 수 없이 부재한 경우가 현장에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아 심장 질환 응급환자가 왔을 경우 소아 심장 전문의가 부득이하게 병원에 없다면 병원은 환자를 받을 수 없다.

소아소화기 전문의가 소아심장 환자를 보다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환자들은 왜 자꾸 다른 병원에 보내나 싶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얽혀 있다.보내는 병원 입장에서는 전화를 수십 통 해야 한다.도대체 어디에 관련 전문의가 진료를 볼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그러는 동안 환자는 점점 나빠진다"고 씁쓸해했다.

조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 윤한덕 센터장도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관련 전문의가 휴가 상태인 경우 병원에서라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부재 상황을 공유하면 되는데 현재는 병원이 다 떠안는 상황"이라면서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하다못해 단톡방이라도 만들어서 전문 처치 별로 전문의 부재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우리의 정책은 너무 쓸데없는 곳에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확립이 왜 안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윤 센터장도 그랬다.

조 회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응급의학은 지난 30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저뿐만 아니라 학회의 여러 사람이 추구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방향성 논의를 계속해온 만큼 점점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해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쏟아낸 조 회장은 윤 센터장과 의료인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윤한덕 선생의 헌신, 저보다 10년 후배지만 정말 존경스럽다.그런 곳에 종사하는 의사들 알게 모르게 많다.금전적 이익 외에 다른 것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여기저기 있다.이국종 교수도 마찬가지고, 그와 함께 헌신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대 의대, 의사를 사회 최상위층으로 묘사)을 보며 같은 의사 입장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