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이 2020년대를 앞두고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군은 1969년 당시로서는 첨단 전투기였던 F-4D를 도입하면서 정밀폭격과 전자전, 가시거리 밖 공중전 능력을 확보해 주변국들보다 앞서 현대적인 항공작전 개념을 확립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19년, 공군은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등을 도입하며 외형적으로는 현대화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020년대 이후 전투기 공백에 따른 전투력 약화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공군력을 증강하면서 동아시아 하늘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공군이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지금부터 마련하지 않으면 주변국 위협에 끼어버리는 ‘샌드위치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실전경험 보유 기체 부족가장 큰 문제는 2020년대 공군이 운용할 전투기 중 실전에 투입됐던 경험을 가진 기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공군은 전투기 도입 및 운용과정에서 실전 검증 여부를 중시한다.

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라 성능이 입증된 전투기를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군사작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전투기는 대체 전력이 등장해도 일선에서 한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정도로 신뢰를 받는 공군의 ‘든든한 일꾼’ 같은 존재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2015년 시리아 공습 당시 구형인 미라지 2000 전투기를 투입했으며, 영국도 지난해 시리아를 폭격할 때 구형인 토네이도 전투기를 동원했다.

미라지 2000과 토네이도는 1991년 1차 걸프전에 참가해 성능을 입증한 전투기로 프랑스와 영국 공군에서 장기간 쓰이고 있다.

콜롬비아도 1976년 처음 등장한 이스라엘제 크피르 전투기를 계속해서 운용중이다.

중동전쟁을 비롯해 다수의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한 F-16도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에서 최근 신규 도입을 결정하는 등 ‘스테디셀러’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항공작전 수요가 많은 한국 공군도 ‘든든한 일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군에서는 2020년대 한반도 유사시 ‘든든한 일꾼’ 역할을 할 수 있는 전투기가 많지 않다.

2021년까지 40대가 들어올 F-35A는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조직 근거지 폭격을 진행중인 미국 공군도 아직 실전에 투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F-35A의 성능이 안정화되어 실전에 투입, 성능을 검증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실전을 치른 F-16 전투기의 한국형 버전인 KF-16 130여대는 2020년대 초·중반까지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현대화된 항공전자시스템, 데이터 전송 장비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매년 수십대의 KF-16이 성능개량을 받는 과정에서 출동 가능한 KF-16 수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성능개량작업을 완료한 뒤, 해당 기체의 기계적 신뢰성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KF-16은 2020년대에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따른다는 평가다.

한국형전투기(KF-X)는 개발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2030년대부터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며, 그나마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검증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FA-50은 무장강화 등 성능개량이 없으면 ‘육군 지원기’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 2020년대 공군이 한반도 유사시 활용 가능한 기체는 F-15K 50여대, 1986년 피스 브리지(Peace Bridge) 사업을 통해 도입된 F-16PB 전투기 30대를 2012~2016년 개량한 F-16PBU 정도다.

일본의 초계기 저공위협비행과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등으로 주변국 위협 대응 소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군의 실질적인 전투력 저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중장기적 해결 방안 마련 시급공군은 F-4, F-5, KF-5 전투기 운용기한을 5년 연장해 2024~2030년 퇴역시키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화가 심해 성능이 저하되고 사고 위험이 잠재되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공백을 야기,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F-35A 20대가 추가로 들어오고 2030년대 한국형전투기(KF-X)가 일선에 배치돼도 전력공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공군 전력 공백에 대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2020년대 이후 심각한 문제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서 전투기 탑재 무장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F-15K에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을 장착,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높인 것처럼 최신 정밀유도무기를 추가 도입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최대 공격 가능거리가 25㎞에 불과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국산 FA-50 경공격기에 타우러스 K-2 공대지미사일(사거리 400㎞), 아스람 공대공미사일(사거리 60㎞) 등을 추가하면 북한 후방 지역 타격과 중거리 공중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F-35A와 KF-X에 사거리가 100㎞가 넘는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면 적 항공기의 위협을 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하 4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미티어 미사일은 최신 데이터링크 기술을 적용해 적기의 움직임을 실시간 반영, 요격률을 높인 첨단 무기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군 전력 구조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35A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이용해 적 항공기 위협에 맞서는 전략 무기로 활용하고, KF-16과 한국형전투기(KF-X), FA-50은 유사시 긴급출동 및 국지도발 대응에, F-15K는 적 후방의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장거리 정밀타격에 집중토록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410여대 수준인 전투기 전력 규모의 적정성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항공기를 많이 보유하기보다는 전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전투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중남미에서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브라질은 100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구형 F-5를 개량하거나 무장탑재량이 떨어지는 공격기다.

반면 칠레는 브라질의 절반 수준인 55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중 46대가 F-16이다.

여기에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통제기까지 갖춰 중남미에서 가장 현대화된 공군력을 운용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공군도 외형적인 규모에 집착하는 대신 전투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추진, 작지만 단단한 군대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군의 전력 구조 건설은 길게는 수십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다.

그만큼 미래 위협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비하는 중장기적 관점과 혁신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군사적 위협이 감소한 현재 상황은 대북 위협 억제에 집중해야 하는 과거와 달리 공군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다.

공군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