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세계] 한정된 복지예산, 치료 기다리는 발달장애 어린이국내에는 약 30만명의 장애아동이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작업치료사(이하 재활사)’의 도움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한정된 복지예산에 저소득층 아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한편, 재활사들은 생계에 어려움 겪고 있다.◆‘작업치료사(이하 재활사)’란?재활사는 의료기사의 하나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발달과정에서 장애를 입은 환자 상태에 맞는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절하고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도 독립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분류에 따라 성인 작업치료사와 아동 작업치료사로 나뉜다.

국내에는 약 3만 6000여명(물리치료사 포함)의 재활사가 있다고 전해진다.◆현실의 벽에 부딪힌 20대 재활사대학 졸업 후 전남에서 재활사로 일하는 20대 김씨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부터 재활사로 일한 그는 "학생 시절부터 품어온 언어재활사의 꿈은 이뤘지만 취업 후 어려운 현실에 좌절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4년제 대학 졸업 후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지역 치료센터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월급으로 생활한다.

재활사들은 장애인복지관, 사설 기관 등 시·군·구에서 지정한 제공기관이나 사설 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데 기관과 ‘1세션(약 50분 수업 및 상담 등의 시간)’당 비율을 나눠 급여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 100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60시간 일한 부분은 기본급 50만원이 책정되고 나머지 40시간이 비율로 나뉜 후 더해져 월수입이 된다.

이 경우 기관이 6이고 재활사는 4의 비율을 노력의 대가로 받는다.

얼핏 많이 일할수록 높은 급여가 보장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활사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기관이나 세션 내용에 따라 달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김씨는 "재활사의 수입은 월평균 약 100만원에서 많이 벌어도 200만원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난 10년간 기본급이 약 20만원 인상된 결과다.

지방에서 일하는 김씨의 경우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며 손에 쥐는 건 월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김씨는 "그나마 올해 초 복지 예산이 들어오면서 약 110만원 수입이 발생했다"며 "지난해의 경우 월평균 8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재활사는 "사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선택했고 다수가 그런 마음이지만 생계를 유지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복지예산과 비싼 치료비’ 고민하는 재활사…"지방사는 아이들도 치료를"대졸에 전문 자격을 갖춘 재활사들은 저임금,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턱없이 부족한 복지예산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장애아 지원에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바우처(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를 구매해 비용을 보조하는 보증 전표) 사업‘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다형)’부터 전국가구평균소득 50%초과 100% 이하(라형)에 해당하는 가정에 차등 지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바우처 사업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한정돼 있다 보니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씨는 "사업마다 다르지만 보통 6세 미만까지 지원하고 지원 인원이 한정돼 치료를 못 받거나 도중에 중단하는 가정이 많다"며 "치료받을 아이들은 많은데 지원은 한정돼 있고, 특히 지방 소도시의 경우는 대상 인원이 매우 적어 재활사도 부모도 함께 고통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혜택은 일부에 한정하고, 수당제로 일하는 재활사는 치료할 아이들이 부족해 서로 힘들다는 얘기다.

김씨는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진단서류를 관련 기간에 보내도 ‘대기 아동이 많다’는 이유로 서류조차 접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치료비는 항목에 따라 달라 최대 월(4회) 22만원이 든다.

지방 도시 언어치료비용은 4회 기준 약 12만원이다.

바우처 지원을 받지 못하면 가정에서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센터를 방문한 부모님들이 비싼 치료비를 듣고 발길을 돌릴 때마다 가슴 아프다"며 "정부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신경 쓰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말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많은데 ‘예산이 부족하다’, ‘치료받을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현실과 돈 앞에서 언어재활사의 꿈 버리게 될지도.."김씨는 재활사로 일하는 지금 만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벽 앞에 언젠가 재활사라는 직업을 포기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김씨는 "돈 보고 뛰어든 직업은 아니지만 또래 친구들, 주변과 비교돼 눈치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가 아닌 다른 직업군을 선택했다면 비슷한 또래 여성처럼 결혼을 위한 준비나 생활면에서 지금보다는 여유로울 수 있지만 김씨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 김씨가 한 달에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약 70만원 적다.

김씨는 "다른 재활사는 생계를 위해 주말 또는 퇴근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임금수준도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이 늘어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받고 재활사도 생활이 안정되면 좋겠다.아픈 아이들을 도울 수도 없고, 생활고에 부수입 연명하는 생활이 이어지면 언젠가 꿈을 접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재활사 꿈을 키우는 이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알았으면 한다"며 "힘든 상황을 알고 준비된 상태에서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과 자립 생활 지원을 위해 돌봄 등 서비스를 확충하고 전달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탈시설 희망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정착계획을 수립한다.

필요할 경우 중간시설 이용 등 지역사회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기존 1~3급 장애인에게 제공되던 활동 지원서비스를 장애등급과 관계없이 요구에 따라 지원할 수 있도록 종합조사체계를 운영해 중장기적으로 주간보호, 발달재활 등 장애 유형에 대응한 활동 지원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