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지구상 가장 큰 벌 종류인 ‘월리스 거인 꿀벌’(Wallace's giant bee)이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발견됐다고 미국 CNN방송 등 외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진화론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가 1858년 이 벌을 처음 발견한지 161년 만, 미국 곤충학자 애덤 메서가 1981년 두 번째로 발견한지 38년 만이다.

사람의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이 벌을 세 번째로 발견한 행운의 주인공들은 사진가와 곤충학자, 행동생태학자, 조류학자로 구성된 다국적 탐사팀. 이들은 수년 간 이 벌을 연구하고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에 있는 섬의 습지를 며칠간 헤맨 끝에 지난달 25일 월리스 거인 꿀벌과 마주칠 수 있었다.

이 거대 꿀벌은 암컷의 경우 다 자라면 몸 길이가 최대 4㎝, 날개 길이는 6.35㎝에 달한다.

그러나 메서가 38년 전 3마리를 발견한 뒤에는 단 한번도 인간에 포착되지 않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벌을 채굴과 채석에 따른 취약종으로 분류했고, 다들 멸종된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재발견’으로 이 지역 숲에 다른 희귀종이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탐사팀은 메서의 논문을 통해 이 벌의 서식지와 행태를 연구했고 위성사진을 들여다 보며 지형을 분석했다.

그들은 거인 꿀벌이 저지대 숲에 있는 나무의 흰개미집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흰개미집을 발견할 때마다 30분가량씩 살펴본 뒤 다음 흰개미집을 찾아 나섰다.

거인 꿀벌을 발견한 줄 알고 환호했다가 그저 말벌의 하나로 판명돼 실망하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탐사 5일째 되던 날 이 팀의 안내 겸 통역을 맡은 이가 2m40㎝쯤 높이에 있는 흥미로운 흰개미집을 발견했다.

탐사팀 소속 사진가 클레이 볼트가 올라가 둥지 안을 살펴보자 월리스 거인 꿀벌 암컷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존재 자체가 불확실했던 곤충계의 ‘날아다니는 불도그’를 직접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어요. 겸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볼트는 말했다.

흥분 상태에서 벗어난 탐사팀은 자연환경 속 이 벌의 모습을 담기 위해 촬영 도구를 설치했다.

그러나 몇 시간을 기다려도 벌은 둥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풀잎으로 벌을 간지럽히기로 했다.

마침내 볼트는 둥지 앞을 날아다니는 이 벌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동물의 행태와 진화를 연구하는 사이먼 롭슨은 "월리스 거인 꿀벌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곤충 전문 사진작가인 볼트는 4년 전 곤충학자 엘리 와이먼과 대화를 나누다 직접 이 벌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볼트는 "야생에서 이 벌을 다시 발견한다면 멋진 일 아니겠냐는 얘기가 오간 뒤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3년 간 계획을 세운 뒤 2018년 2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지역 거주민과 조류관찰 안내인에게서 "그런 벌은 본 적도,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거인 꿀벌 발견에 성공했고 희망을 얻었다.

볼트는 "자연환경에 대한 나쁜 소식만 가득한 세상에서 이번 재발견은 내게 희망을 줬다"고 했고, 롭슨은 "여기엔 여전히 숲이 무성하다"며 "이 벌이 더 많이 살아있을 것이며 계속 번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