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美 방문 한국 첫 의원외교 / 아프간 탈레반 한국인 피랍 사건 때 / 여야 5당대표 현장 찾아 협상 타결 / 2009년엔 UAE 원자력 계약 성사도 / 20대 국회 올 의원외교 예산 80억 / 文의장 방미단, 굳건한 동맹 재확인 / 한·베트남 의원 축구 친선경기 ‘눈길’ /“외유 인식 개선… 법·제도 확립 시급”지난 10일부터 17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의원들은 5박8일간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문 의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새롭게 구성된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회 방미단은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양국 의회 차원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공조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한반도 및 주변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의원외교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졌다.

의원 외교는 그동안 정부의 보조 역할 정도로 취급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국일수록 의회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동등한 입장에서 우리나라도 입법부가 나서면 더 잘 풀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 의장과 함께 미국을 다녀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앞으로 당에서도 공공외교 차원에서 미국의 주요 인사들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국회 및 민주당 차원의 공공외교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대 국회 의원외교 260여건·연 예산 80억원유준상 전 의원이 쓴 ‘한국의 의원외교’에 따르면 한국 최초 의원외교는 1950년 3월18일부터 4월15일까지 진행된 국회의장 미국 방문이다.

당시 신익희 국회의장과 나용균·이훈구 의원, 이종선 사무총장은 전년도 미국 의회 의원단의 국회방문에 대한 답례 및 친선 도모를 목적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걸음마 수준이던 한국의 의원외교는 1964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총회에서 국제의회연맹(IPU)에 가입하면서 도약하게 된다.

사실 가입은 1961년 4월 이뤄졌지만 다음달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회원자격이 정지됐다가 3년 뒤 재가입할 수 있었다.

이후 양·질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의원외교는 1981년 ‘국회의원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체계화됐다.

규정에 의하면 의원외교는 크게 방문외교, 초청외교, 국제회의 참석 등 3가지로 나뉜다.

방문외교는 의회차원의 협력강화 및 외교 현안 해결을 위해 상대국을 방문해 외교목적을 달성하는 의회 외교활동이다.

주로 방문국 의회 및 정부 주요인사 면담과 산업체 및 교육·문화시설 등을 시찰한다.

초청외교는 외국 의회 주요인사를 공식 초청해 상호 이해증진 및 협력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국제회의 참석은 다자간 교류 협력강화 및 국제적 현안 대응을 위해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개최하는 활동으로 IPU 참석 등이 해당된다.

2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방문외교 164건, 초청외교 44건, 국제회의 참석 53건 있었다.

2019년도 국회 의원외교활동 예산은 63억4300만원, 국제회의 예산은 17억7800만원 편성돼 약 80억원이 들어간다.

이 밖에 각 상임위별로 자체 예산을 들여 해외시찰 등 외교활동이 이뤄진다.

의원외교에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의원외교협의회와 의원친선협회다.

이 단체들은 각국 의원 간 교류 협력을 통해 국익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국회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4강 의원외교협의회가 있고 그외 지역은 112개국 의원친선협회가 있다.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일의원연맹이 공식 국회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은 특이점으로 꼽힌다.

국회 관계자는 "한·일 의원 간 친선 관련해 한·일의원연맹과 한·일의회미래대화 두 단체가 있지만 국회 공식 의회외교단체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최근 의원친선협회 가운데 눈에 띈 활동을 보인 단체는 한국-베트남 의원친선협회다.

이 단체는 지난달 17일부터 3박4일간 김학용 회장(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친선 축구경기를 펼쳤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베트남 관계가 더 친밀해졌는데 의원들도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국무총리가 특정 국가를 순방할 때는 해당 국가 친선협회 소속 의원이 동행하곤 한다.

특히 연말연시 순방 동행은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출장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 시기 의원의 해외출장은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외유성’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급 인사 공식순방 동행은 국빈 방문 등 외교 활동이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어서 의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외유성 출장 인식 개선, 법·제도 확립 뒤따라야의원외교의 주요성과로 꼽히는 사례는 2007년 8월 초 아프간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사건과 2009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외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한국 의회외교 현황과 발전방향’에 따르면 2007년 8월 당시 5당 국회 원내대표들은 아프간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사건을 해결하고자 현장을 방문했다.

원내대표들은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는 미국 측을 설득해 지지부진한 상태였던 협상을 급진전시켰다.

이를 토대로 피랍된 한국인 21명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입법조사처는 또 "2009년 1월 국회의장을 대표로 하는 의원외교단이 UAE를 방문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던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현지 건설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피랍사건 해결은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야 5당 대표가 한마음으로 미국 조야에 우리의 의지를 보인 점도 기여했다"며 "UAE 원전 계약 성과도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이기에 격식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회담할 수 있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또 "국가 중대사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국회에도 통찰력을 갖춘 외교가가 필요하다"며 "북핵문제와 한반도 종전선언 등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야 간 의견일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의원외교가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제대로 활성화되려면 국민 인식 전환과 법·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민주당 이수혁 의원은 "30여년간 외교관으로 재직한 후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 대한민국 의회외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북핵문제 등 한반도 현안의 복잡화, 세계화에 따른 외교 지평의 확대, 외국과의 경제, 산업, 과학협력 관계, 재외국민과 재외동포를 위한 영사업무 등의 변화로 외교의 영역과 대상이 전방위적으로 다변화되고 확대된 상황에서 의회외교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추진돼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하며 ‘국회의회외교지원처법’을 발의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