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고위공무원 6명 중 4명 EPB 출신홍남기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기획재정부 요직에 과거 경제기획원(EPB) 출신 관료들이 중용되고 있다.

과거 ‘모피아’(재무부+마피아)라고 까지 불리던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문재인정부 들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4일 현재 기재부 내 1급 고위공무원 6명 중 4명이 EPB 출신이다.

방기선 차관보와 이승철 재정관리관, 안일환 예산실장, 문성유 기획조정실장 등이 모두 EPB 출신이다.

나머지 두 자리(김병규 세제실장,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만 옛 재무부 출신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산편성의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예산총괄심의관 자리도 EPB 출신인 안도걸 국장으로 채워졌다.

예산총괄심의관은 차기 예산실장 ‘0순위’로 불리는 자리다.

안 국장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19년 만에 호남 출신이 예산총괄심의관에 오르게 됐다.

기재부 내 주요 보직에 EPB 출신이 자리잡은 것은 홍 부총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무부보다 EPB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분위기였는데, 홍 부총리가 오고 난 뒤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PB(Economy Planning Board)는 1961년 기획처를 모태로 재무부 예산국과 부흥부 등이 합쳐져 만들어졌던 경제부처다.

대한민국 경제 정책을 기획·총괄했으며, 주로 경제사회 발전 방향 및 연차별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반면, 재무부는 주로 세제와 금융, 외환정책 등을 담당했다.

EPB와 재무부는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처(예산 전담)와 재경부로 나뉜 후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의 기재부로 합쳐졌다.

EPB를 중용하는 경향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나타났다.

당시 권오규 부총리와 장병완 기획예산처장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당시 경제 정책을 이끌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초대 경제수장은 EPB 출신 김동연 전 부총리가 맡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최근 ‘EPB 전성시대’가 온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현 정부의 방향과 EPB의 업무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