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죄’ 항고·재정신청 기각돼 / 사법 판단 끝난 ‘특수강간’ 대신 공소시효 남은 ‘뇌물’ 수사 / 핵심 증거 미확보 땐 재수사 어려워 / “공소권조차 인정 못받을 가능성 커” / 건설업자 “金에 3000만원 줬다” 진술 / 액수·대가성 등 입증땐 재수사 용이 / 뇌물 1억 이상 공소시효 15년 적용 법무부가 ‘피내사자’ 신분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사실상 ‘피의자’로 보고 긴급출국금지를 내린 데 이어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 방침을 세웠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5일 김 전 차관의 주된 혐의로 거론돼 온 ‘특수강간죄’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죄’를 우선 수사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왜 ‘뇌물수수’ 혐의로 선회했나 그간 김 전 차관에게 적용된 대표적 혐의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소유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특수강간죄였다.

이른바 ‘별장 동영상’을 두고 “혐의를 입증할 핵심증거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현재까지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결론난 데 이어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서도 각각 항고 및 재정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종결됐다.

재심을 청구할 정도의 핵심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재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는 기소를 전제로 수사하는 것”이라며 “특수강간 혐의는 장차 법원에서 공소권조차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도 ‘별도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이미 재정신청이 기각된 사안을 재차 공소 제기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어 위원회가 김 전 차관 혐의 입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는 1사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2013년 사건을 송치한 경찰이 김 전 차관 혐의를 ‘특수강간’과 ‘불법촬영’으로 특정해서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 송치 기록에 뇌물 관련 단서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혐의의 경우 피해 여성의 얼굴을 특정할 수 없는 등 이유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때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최모·박모씨였는데, 두 사람 모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의 상습강요에 못 이겨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을 뿐 강간 피해를 호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뇌물수수, 어떻게 입증할까 2차 수사는 이모씨가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진행 과정에서 계좌추적 등을 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있었다.

이에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 결과만으로는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씨는 조사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봉투를 건넨 것을 봤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점을 2007년 봄에서 늦가을 사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진술만 가지고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2차 수사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 등을 확보함에 따라 뇌물수수 혐의 재수사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

해당 혐의는 오간 돈의 액수와 직무에 따른 대가성을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특수강간 혐의보다 입증이 용이하다.

이에 위원회는 김 전 차관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추가 확보하면 액수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재수사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이 받은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해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된다.

다만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의 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의 수사 방식이 특검이 될지, 특임 검사 임명 방식으로 결정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전담 수사팀을 꾸릴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