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트럼프의 제재 철회… 北 호기심 자극 빠른 대응 이끌어” / 中해운사, 선박 95척 제재 철회 관측 / 美 강경론자 향한 ‘선제공격’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트위터에 “오늘 발표된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히자 우리 정부 안팎에선 이 추가 제재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미국이 최근 내놓은 채찍이라는 점에서 ‘중국 해운사 2곳 등에 대한 제재’(21일), ‘한국 선적 선박 포함한 95척 제재’(22일),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제재, 세 가지로 선택지가 좁혀졌지만 확정적인 것은 없었다.

23일 미국 언론이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한 제재는 중국 해운사 등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보도하면서 나머지 두 제재안이 팽팽히 맞섰다.

특별한 계기 없이 며칠 만에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데다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선박 95척 제재’가, 미 정부가 이미 발표한 제재안을 즉각 뒤집는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선 새로운 제재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특정하지 않고 제재안을 언급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트윗을 날린 뒤 이틀 동안 추가 제재안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북한이 2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일부 인원을 복귀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대북제재 내용이 무엇이든간에 ‘당근’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날 “북한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철회하겠다는 것인지 적시하지 않고도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제재 철회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북한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빠른 시간 내에 이에 호응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 일부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 설정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협상의 본격적인 진전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안 철회 메시지가 미국 내 대북 문제 강경론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선제공격’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빠른 속도로 일부나마 호응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넓혀준 셈이 됐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예전만큼 오래 뜸을 들이거나 버틸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