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박상기 법무무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장자연 리스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버닝썬 게이트' 관련 사건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검찰과 경찰의 명운을 걸라고 언급할 정도로 성역 없는 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일단 반갑다.

다른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김 전 차관 사건과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크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추천 수는 19일 기준 66만 명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이 민심을 잘 읽었다.

경찰은 2013년 7월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의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을 기소의견(특수강간 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나 관련자 처벌은 어렵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달라"고 했다.

2018년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33개 정부기관 중 하위 5위권에 들었다.

특히 검찰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수사기관에 대한 믿음은 매우 떨어진다.

특권계층을 향한 수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검찰 및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불신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바로 수사기관이 '권력' 앞에 무력하다는 데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고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지만 '만 명만 평등한 세상'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때다.

이는 '정의'가 바로 서지 못했다는 말이며, 수사기관이 공정하지 못하고 중립적이지도 못하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부조리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학연·지연·혈연을 중시하는 사회 특성상 완전 해소하기가 요원해 보인다.

그러한 현실이 서글프다.

서글픈 현실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클럽 직원과 손님 A 씨 사이 단순 폭행 사건이 추악한 일부 연예인의 검은 속살을 드러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성접대 알선, 마약 투여 및 유통, 탈세 의혹 등 여러 범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경찰 유착 의혹은 더 심각하다.

실제 전현직 경찰관이 입건되면서 권력형 사건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승리 카톡방 대화 내용에 따라 경찰 고위직 어디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만 봐도 '국민의 지팡이'라는 경찰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신경이 곤두선 경찰과 검찰은 서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관계는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이 김 전 차관 성접대 사건을 두고 "(성접대 동영상에서)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도 곤경에 처했다.

앞으로 경찰과 검찰의 치부가 더욱 드러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파장이 거셀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검·경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고 사건을 규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취임사를 통해 '평등' '공정' '정의'를 화두로 던진 문 대통령은 검경에 국민 신뢰와 조직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검경은 '떡검' '견찰'이라는 그동안의 국민적 비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