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일대 지뢰 제거/ 비행금지구역 설정 이어져/ 군사적 긴장 조치 잇단 성과/ ‘하노이 核담판’ 결렬 후폭풍/ 올해 들어 아무런 진전 없어/ 북·미 대화 재개되지 않으면/ 합의 이행 순탄치 않을 전망/ 정체 국면 돌파구 마련 시급 지난해 9월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등을 명시한 군사합의서가 지난 19일로 채택 6개월을 맞았다.

합의서 채택 초기에는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가 해체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비무장화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쏟아졌다.

대북제재에서 자유로운 군사 분야를 앞세워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남북 군사합의 이행이 주춤하면서 향후 남북 관계 진전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GP 철수·도로 연결… 속전속결식 이행 남북 군사합의서 중 가장 먼저 이행이 이뤄진 것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지뢰 제거였다.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1일부터 JSA와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 제거에 돌입했다.

JSA에서는 지뢰 제거와 함께 초소, 장비 철수 등 비무장화 조치를 진행, 같은 달 26~27일 남북 군사당국과 유엔군사령부 3자 공동검증을 마쳤다.

지난해 11월12일에는 JSA 내 감시장비 운용을 위한 남북, 유엔군사령부 실무협의가 열렸다.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지뢰 제거와 함께 전술도로 공사가 진행됐다.

남북 군 당국이 같은 달 22일 이 일대 MDL에서 서로를 연결한 전술도로는 최대 12m 폭의 비포장도로로 경의선·동해선에 이어 세 번째다.

전술도로는 다음달 시작될 6·25전쟁 전사자 공동유해발굴 과정에서 남북 관계자들과 장비가 오가는 데 이용될 예정이다.

남북 간 상호 적대행위 중지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MDL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는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지·해·공 적대행위 중단 조치가 발효됐다.

지상에서는 MDL 5㎞ 이내 지역에서의 포사격과 연대급 기동훈련이 중지됐다.

공중에서는 MDL을 기준으로 폭 40~80㎞의 군용기 비행금지구역이 만들어졌다.

서해 덕적도~초도, 동해 속초~통천 해역에서는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 중지 및 해안포·함포 포구 폐쇄 조치가 취해졌다.

남북은 같은 달 4일 DMZ 내 22개 GP 시범 철수에 착수, 남북 각각 1개씩을 제외한 나머지 GP를 파괴하고 검증을 완료했다.

정전협정에 의해 중립수역으로 지정된 한강하구에서는 공동수로 조사가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실시한 남북 공동 수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도를 제작, 조사결과 보고서와 함께 해도를 지난 1월30일 북한에 전달했다.

해도에는 수심, 해안선, 암초 위치 등 남북 선박이 한강하구를 항해할 때 필요한 정보가 담겼다.

한강하구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곳으로 해도를 보면 썰물 때 배의 이동 방향을 알 수 있어 향후 남북 선박의 공동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지지부진… 북·미 관계 영향받나 남북은 지난해 감시초소(GP) 시범철수, 적대행위 중지, 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 등 군사합의 사항을 착실히 이행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군사합의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JSA 자유왕래와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군 수뇌부 간 직통전화 설치 등 주요 현안들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뤄진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발판 삼아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진행하려면 남북 군사회담이 열려야 하나 개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30일 판문점에서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해도를 전달하기 위해 양측이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남북 장성급회담 또는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해 올해 안에 계획된 합의사항의 실질적 이행방안 마련을 협의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남북 군사합의 이행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1~2월은 북한이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남북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회담 결렬 직후에는 대응방안을 모색하느라 군사합의 이행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북한)는 미국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향이 없으며, 이런 종류의 협상에 나설 용의도 없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 이후에야 북한이 군사합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 관계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부터 시작될 남북 공동유해발굴에 대해 북한이 유해발굴단 구성 현황을 우리측에 통보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려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를) 잠정 유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체 국면에 접어든 남북 관계를 풀어나갈 돌파구를 마련해야 군사합의 이행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서로 말이 오갈 수는 있어도 구체적인 이행이 이뤄지려면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 등을 통해 남북 간 의견을 조율하고, 이를 토대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긍정적 기류가 있을 때, 남북 군사합의 이행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이정우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