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공군 유도무기/② 슬램 이알 미사일/ 침투 위주 북 내륙 폭격작전/ 장거리 정밀타격으로 전환/ 조종사·전투기 소모율 낮춰 한반도 유사시 평양을 비롯한 북한 내륙 지역에 대한 공습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수십년 동안 한국 공군을 괴롭힌 난제였다.

북한군은 내륙 지역에 수천문의 대공포와 대공미사일, 레이더로 구성된 강력한 방공망을 구성했다.

한국 공군이 북한 방공망을 뚫고 내륙으로 침투하려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불가피했다.

반면 미군은 1990년대 초 걸프전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투입, 이라크 영공에 위험하게 침투하지 않고도 이라크군 주요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미군의 사례를 지켜본 한국 공군은 수백㎞ 떨어진 안전지역에서 적의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장거리 정밀타격 작전을 구상하게 된다.

그 결과 도입된 것이 AGM-84H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 미사일이다.

1997년 미 해군에 실전배치된 슬램 이알 미사일은 개발과정에서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 기술을 활용할 정도로 미 해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미 공군은 B-52H나 B-1B 전략폭격기에 1000㎞ 이상을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반면 미 해군의 ‘떠다니는 공군기지’인 핵추진항공모함에서는 전략폭격기를 탑재할 수 없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운용을 놓고 미 해군의 고심이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F/A-18 전투기에 장착되어 280㎞를 비행하는 슬램 이알 미사일은 미 해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확보에 대한 고민을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램 이알은 미사일 동체 후반부에 부착된 두 장의 평면 날개가 접힌 채 전투기에 장착된다.

발사되면 접힌 날개가 펴지면서 보다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 공군은 2005년 차기전투기(F-X) 사업을 통해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슬램 이알을 함께 확보했다.

미 공군이 사용하지 않는 무기가 F-15K에 장착된 것은 F-X 사업과 관련이 있다.

F-X 사업 추진 당시 미국 보잉의 F-15K와 수주 경쟁을 벌이던 프랑스 닷소 라팔과 유럽 4개국 컨소시엄(현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스칼프,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한국에 제안했다.

이에 맞서 보잉은 미 해군의 슬램 이알을 한국에 제시, F-15K와 함께 한국 공군에 채택됐다.

슬램 이알은 휴전선을 넘어 저공으로 침투하는 방식에 의존했던 우리 공군의 내륙 지역 폭격 작전을 장거리 정밀타격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1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슬램 이알을 장착한 F-15K는 중부지역에서 북한 내륙의 전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조종사 피해와 전투기 소모율을 낮추면서 지상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콘크리트 관통력이 1m에 불과해 북한 지하시설 파괴가 어려운 데다 북한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시설에 대한 공습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공군은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도입, 일선에서 운용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