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서 개발한 무기를 ‘명품 무기’라고 선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군 당국은 K-9자주포와 K-21 장갑차, K-2 전차, K-11 복합소총, 청상어 어뢰, 해성 대함미사일, KT-1훈련기, 신궁 대공미사일, 군위성통신체계, 현무 지대지미사일을 ‘10대 국산 명품 무기’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명품 무기’의 일부로 국내 방위산업 기술을 상징하던 무기 중 하나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5.56㎜ 소총과 20㎜ 공중폭발탄을 일체화한 K-11 복합소총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183억원을 들여 2000~2008년 개발되어 2010년 초도 양산계약이 이뤄졌지만, 결함이 속출하면서 8년째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숱한 결함 시달린 K-11…하반기 사업 지속 여부 결정 방위사업청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11 복합소총 사업에 대해 “사업추진 계속 여부를 오는 하반기 위원회에 상정해 의사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사업관리분과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11복합소총은 개발 당시 보병의 전투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차세대 개인화기로 각광받았다.

은폐된 병력 및 진지와 건물지역에서 공중폭발을 통해 표적을 제압하는 무기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OICW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선진국과 대등한 무기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1정당 가격이 1537만원에 달하는 고가장비였지만 소총과 유탄발사기가 결합됐다는 점에서 화력 증강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010~2013년 914정이 전력화됐지만 폭발사고가 두 번 발생해 전력화가 중단됐고, 2014~2017년 품질검사 과정에서 사격통제장치 균열이 세 번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격통제장치 균열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변경 입증시험 중 총기 몸통이 파손됐다.

같은해 7월에는 납품물량 52정에 대한 분산도 및 정확도 시험 중 1정에서 탄피고착현상 등이 발생해 납품이 중단됐다.

방사청은 제작업체와 함께 같은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 결과 이미 생산된 K-11 복합소총 900여정은 전량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다.

K-11복합소총을 둘러싼 결함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국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K-11 복합소총의 배터리 1개 용량이 8시간밖에 안된다”며 “응급으로 한 사람당 배터리 11개를 지급하는데 전쟁이 나면 이 총은 4일 이상 못 쓴다”고 주장했다.

일부 총기에서 사격통제장치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K-11 복합소총이 외부 충격에 취약하며, 사격 시 반동이 지나치게 강하고, 중량도 과도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방사청은 사업추진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후 추진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하면 2021~2024년 3차 양산 사업과 군 전력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방사청은 지난해 2019년도 예산에서 K-11 복합소총 양산을 위한 예산 5600만원과 연구개발 예산 33억6900만원을 편성했으나 연구개발비는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2015~2017년 성능개선 선행핵심기술연구가 이뤄졌으나 핵심기술 시험개발은 중단된 상태다.

◆기술적 문제, 정책전환 부재가 원인 K-11 복합소총이 8년째 결함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으로는 기술적 결함과 전력증강 관련 정책의 문제가 지적된다.

K-11 복합소총의 결함 문제는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복합소총 개발을 시도한 미국도 실패할 정도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XM-29는 7㎏이 넘을 정도로 무겁고 부피도 커서 실용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2004년 개발이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지낸 정홍용 예비역 육군 중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우리의 국방,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 K-11 복합소총의 기술적 문제를 제기했다.

정 전 소장은 저서에서 “K-11 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치 몸통(케이스)은 피크(PEEK) 소재로 만들었다”며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피크 소재는 내열성과 내충격성이 우수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기공(氣孔)이나 미세 균열의 발생을 공정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으나 100% 없앨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소장은 “만약 기공이나 미세 균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라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 다른 소재로 바꿔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크 소재를 몸체로 사용하려면 내구도 기준을 설정하고 시험평가를 통해 검증하고 전력화하면 된다”며 “그런데도 피크 소재 고유의 기술적 한계를 애써 외면하고 문제를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력증강 정책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K-11 복합소총의 유래는 미국이 1990년대 개발을 시도한 OICW였다.

그 결과 등장한 무기가 XM-29다.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5.56㎜ 소총을 사용하지만, 더 강한 화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0㎜ 공중파열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적군의 머리 위에서 20㎜ 유탄이 터지도록 했으니, 일반 보병무기의 성능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무기였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너무 무거워 병사들이 휴대하기 불편했고, 사격통제장치는 결함이 잦았으며, 가격도 중형차 1대 값에 육박했다.

여기에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군비 지출 증가가 겹치면서 미 육군은 XM-29를 포기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들도 복합소총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가격과 성능에 초점을 맞추면 무겁고 불편해지고,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도록 만들면 성능에 문제가 있었다.

복합소총 개발 열풍이 사그라진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 육군이 OICW 포르젝트를 진행하던 시절 결정된 소요와 개발 절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OICW 대신 기존 소총을 보다 가볍게 하고, 피카티니 레일과 조준경을 장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미 육군과는 상반된 조치다.

개발 착수 시점까지 합치면 18년에 걸쳐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양산은 불투명하다.

증권가에서 말하는 손절매(가격상승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가지고 있는 주식을 손해를 감수하고 매입 가격 이하로 파는 일)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군과 방사청은 결함 개선조치만 진행해왔다.

“대마불사(大馬不死)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소요제기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시에 탄약과 수류탄, 전투식량, 방독면 등을 휴대해야 하는 병사에게 K-2 소총보다 무거운 총기를 휴대토록 하는 것이 전투력 증강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군 간부들이 첨단 과학기술 현황과 발전 추세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군의 사례를 추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을 통한 병사 전투력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K-11 복합소총의 중요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11 복합소총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사청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방사청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