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후 '노 딜' 가능성 커져 /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고수하면 북미협상 재개 불가 미국과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외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빅 딜’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스몰 딜’을 고수해 협상이 깨졌다.

미국은 그 이후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도 북핵 문제를 일괄타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에 맞서 대미 협상 중단 위협을 가하고, 위성용 로켓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미 간 향후 협상이 빅 딜이냐 스몰 딜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딜’이냐 ‘노 딜’이냐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협상 방식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는 게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트럼프 정부가 2차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 행동 원칙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다가 회담에서 일괄타결을 고집함에 따라 ‘노 딜’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빅 딜’은 곧 ‘노 딜’을 뜻한다는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 미국의 일괄타결 안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접근 방식이다.

존 베이커 플로우셰어 펀드 선임 국장은 20일(현지시간) 언론 매체 제이코빈(Jacobin) 기고문을 통해 ‘올 또는 나싱’(All or Nothing’이 아니라 ‘스몰 또는 나싱’(Small or Nothing)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양측이 스몰 딜을 추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질 게 없다는 것이다.

베이커 국장은 “북·미 협상이 ‘클수록 좋다’는 맥시멀리즘(maximalism)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이라는 무서운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을 자본주의 국가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고, 이런 환상으로 인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가 궤도 이탈 위기에 직면했으며 극적으로 개선됐던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커 국장은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의 보도에 따르면 북·미 양측이 하노이에서 영변 핵 단지 폐기, 종전 선언, 연락 사무소 교환 개설, 남북 경협에 필요한 제재 완화 등에 합의할 계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합의가 이뤄졌으면 이것이 보다 큰 합의를 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으나 이제 그런 합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강경론인 ‘볼턴니즘’의 득세로 실용적인 단계별 접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진단했다.

◆북·미 협상 재개 불가 다니엘 드페트리스 워싱턴 이그재미너 칼럼니스트는 이날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하노이 회담 결렬을 계기로 북·미 협상이 다시 열리기 어려운 사태를 맞을 위험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향후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선 비핵화 후 대북 제재 완화’ 또는 ‘대북 추가 제재’가 될 것이라고 드페트리스가 전망했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 의회 주도로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드페트리스 칼럼니스트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방식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면 북·미 협상은 영구히 물 건너갈 것이라고 그가 주장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해도 북한이 이에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그가 주장했다.

드페트리스는 “미국의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트럼프 정부가 모두 ‘선 비핵화 후 평화’ 방식을 고수한 결과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이 패러다임에 벗어나 ‘선 평화 후 비핵화’를 추진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