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2일(현지시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돌연 철수라는 ‘강경대응’을 취한 뒤 북미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북미 간 냉기류가 남북 관계에 된서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북측의 조치는 일차적으로는 남북 간 일이지만,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전개돼온 북미 간 대치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반응 등과 맞물려 2차 핵담판 결렬 이후 교착국면을 이어온 북미 관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측의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 지난달 27∼28일 하노이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든지 몇 시간 뒤에 시행됐다.

미국은 이날 불법 환적 의혹과 관련해 북한과 제3국 선적의 선박들을 무더기로 추가,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 관련 주의보’도 갱신해서 발령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두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의 제재 단행에 우회적인 '응수'를 놓는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북한이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개설된 상징적 장소인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카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강화 기류에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데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설득하도록 유도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도 북한의 이번 강경조치의 배경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회담 이후 북미 관계의 추이를 보면 하노이 회담 결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실상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고 플레이어"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 중이지만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아직까지 북측이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남북 간 소통에 진척을 보지 못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남한이 미국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이야기"라며 "북한이 신년사 때부터 이야기했던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와 관련해 남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불만을 표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남한에 대해 섭섭함이라든가 (남한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실제 연락사무소의 폐쇄보다는 남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철수 과정 곳곳에서 발견됐다.

무엇보다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남한 내 인원의 체류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6년 2월 10일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을 밝혔을 때 북한은 다음날인 11일 현지 남한 체류 인원들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모두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며 강경한 대응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내주 중국과의 후속 무역협상을 앞둔 가운데 이를 지렛대로 대북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한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라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