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희생 ‘뉴질랜드 총격 참사’가 남긴 것 / 가장 평화로운 나라의 민낯 /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다…맞다?!” “50명이 목숨을 잃는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야만 주목받는 게 현실입니다.너무 화가 나요.” 무슬림 커뮤니티 지지자인 굴레드 미레는 뉴질랜드 총격 테러에 경각심을 갖는 사회를 보며 크게 좌절했다.

20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얘기했고, 곳곳에서 무슬림과 이슬람사원은 공격당해왔다”며 그럼에도 오랜 기간 바뀌지 않은 현실을 토로했다.

국가 재난 수준의 대형 테러가 일어나야만 인종차별, 혐오범죄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 대한 허탈감이다.

지난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총격 참사는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알려진 뉴질랜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슬람 혐오범죄를 저지른 총격범은 호주 국적의 브랜턴 태런트(28)로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17분간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슈팅게임하듯 50명의 무슬림과 이주민에게 가해진 총격. 사건 이후, 많은 이들은 당황한 채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다”를 반복했다.

20분도 안 돼 산산조각난 평화로운 나라는 쉽사리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하지만 어느 무슬림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이런 공격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50명이 사망하니 그제야 ‘인종 문제’에 반응하는 사람들과 사회가 어떤 측면에선 더 화나는 일이었다.

만화가 토비 모리스는 만화 ‘스핀오프’에서 이 불편한 진실(ugly truths)을 꼬집었다.

이번 총격은 뉴질랜드 사회가 얼마나 백인 우월주의에 관대하고 취약했는지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모리스는 반박한다.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다.이건 우리가 아니다”(This isn’t us.)라는 사람들의 현실부정을 부정한다.

“이건 우리가 맞다.”(This is us.)라고. 뉴질랜드는 오랜 인종차별 역사를 가진 나라다.

이번 총격은 이 사회가 애써 모른척 해 온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런 뿌리 없이 갑자기 발생한 돌발 사건이 아니었다.

백인 우월주의 기반의 사회가 매일 조금씩 쌓아온 먼지 같은 차별과 편견 등이 낳은 결과는 무서웠다.

“유색인종을 비롯해 여성, LGBT(성 소수자), 장애인, 가난한 사람 등을 향한 ‘실체 없는 엄청난 두려움’이 그 결과 생겨났다”고 모리스는 만화를 통해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다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지 않기를 택하거나 침묵함으로써 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뉴스기사 댓글을 외면하고, 증오심을 키워가는 커뮤니티를 못본 척 했다.

은연 중에 백인이 바람직하고 나머지는 비정상적이라 여겼다.

즉, 극단적 혐오범죄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를 만든 건 ‘일부의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라 침묵했던 ‘우리 모두’라고 모리스는 일갈한 것이다.

그의 만화 마지막 컷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악의 씨앗을 함께 키웠다.우리(us)와 그들(them)을 나누는 데서부터 틀렸다.오직 우리만이 있을뿐이다.우리 모두. 이건 우리가 맞다.” 뉴질랜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마냥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가난한 사람은 지구촌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의 지적대로라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결코 ‘일부 극단주의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애써 현실을 외면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희생양이 되는 것도, 책임이 있는 것도 우리 모두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