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이어 우리 정부 역할도 부정 / 文대통령 입지 좁아져… 대북정책 기로 / 與 “北, 대화나서야” 野 “중재자역 허상”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하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촉진자론’ 혹은 ‘중재자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북한마저 우리 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그간 미국 내부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기울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이 줄곧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한·미 두 나라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북한 입장에 끌려다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의 장기화가 비핵화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어떤 형태로든 북측과의 접촉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동시에 지난해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의 연결 통로인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문 대통령이 운신할 폭이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미 간 갈등이 현 상황을 야기한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던 문 대통령이 마땅한 역할을 찾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됐다는 얘기도 없어 남북 관계 역시 북·미 관계처럼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권은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북측이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측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8000만 겨레와 국제사회의 뜻을 존중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니 촉진자니 하는 역할이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통일 관련 부처 인사의 총사퇴를 통한 전면적 국정 쇄신과 대북정책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준·최형창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