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이른바 '버닝썬 사태' 수사가 초반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가수 정준영(30)의 성관계 불법촬영 수사는 그런대로 생색이 나지만 성접대, 마약, 폭행에 경찰과 유착 의혹까지 얽힌 버닝썬 수사는 잘 풀리지 않는다.

사건 초기 말을 아꼈던 가수 승리(29)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서 경찰은 갈길이 바쁘다.

구속영장부터 희비가 갈렸다.

2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정준영과 버닝썬 MD 김모씨에게는 영장이 발부됐다.

두 사람 모두 불법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버닝썬 사태의 발단인 '김상교 폭행사건'에 연루된 장모 버닝썬 이사의 영장은 기각됐다.

경찰유착이 의심되는 강남 클럽 아레나 폭행사건 피의자인 윤모씨도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이 클럽의 마약 유통 핵심으로 지목됐던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의 영장도 기각됐다.

주요 인물 중 동영상 관련자 외엔 모두 영장이 좌절된 것이다.

법원은 기각된 인물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 수사는 나름 진척이 있다.

경찰은 정준영이 휴대폰 3대 중 1대를 초기화해 증거를 인멸하려한 정황을 확인하고 집중 추궁 중이다.

이 휴대폰에 추가 범행 증거가 담겼을 수도 있다.

버닝썬 직원이 촬영해 유포했다는 진술이 나온 성관계 동영상 건도 추가 수사 중이다.

3년 전 정씨의 여자친구 불법촬영 사건 때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정씨의 변호사도 입건했다.

정준영도 "모든 혐의를 인정하겠다"며 일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준영 동영상 사건은 버닝썬과 특별한 연관이 없는 개인의 일탈일 가능성이 크다.

승리가 함께 있던 단체대화방에서 영상이 오고간 것 말고는 버닝썬과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애초 경찰유착 의혹으로 번졌던 버닝썬 사건이었지만 SBS의 정준영 동영상 보도 이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한묶음이 돼버렸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 본질인 버닝썬 수사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이렇다할 소득을 얻은 게 없다.

버닝썬 마약 수사는 경찰이 핵심으로 점찍은 이문호 대표 영장이 기각되면서 삐걱댔다.

버닝썬 MD 애나를 비롯해 개인이 마약을 투약한 혐의는 잡아냈지만 조직적으로 유통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승리,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가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은 본인은 물론 관련 여성들도 "성접대는 없었다"고 전면 부인해 입증이 쉽지않다.

경찰은 승리의 추가 성접대 의혹이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버닝썬-경찰유착 의혹 수사 역시 소걸음이다.

경찰은 유착의 정점이라는 윤모 총경을 공직상 기밀 누설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승리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한 강남 클럽 '몽키뮤지엄'이 2016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걸렸을 때 뒤를 봐줬는지 들여다봤다.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의 부인인 배우 박한별(35)도 불러 윤 총경, FT아일랜드 최종훈(29)과 지난해 골프를 치면서 누가 돈을 냈는지 조사했다.

윤 총경의 부인인 김모 경정이 최종훈에게 K팝 공연 티켓을 받았다는 의혹도 캤다.

하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는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미성년자 출입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버닝썬 공동대표 이성현 씨에게 2000만원을 받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를 구속했지만 윤 총경과는 별개 건으로 보인다.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의혹은 유인석 대표, 윤 총경과 연결고리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최씨가 2016년 음주단속을 피하려고 단속경찰관에게 뇌물을 제안한 사실을 포착하고 '금품 공여 의사표시죄'로 입건했다.

당시 음주운전 적발 언론보도가 안 나오도록 손쓰면서 유 대표와 윤 총경이 개입했는지도 살펴보는 중이다.

유 대표는 당시는 윤 총경을 알기도 전이라며 "무슨 부탁을 한 바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실제 음주운전은 2016년 2월, 유 대표와 윤 총경이 처음 알게된 계기가 된 걸로 알려진 몽키뮤지엄 문제는 7월에 일어났다.

버닝썬 사태의 양대 축인 승리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는 '반격 모드'에 들어갔다.

"지금은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을 것"이라면서도 그간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승리는 주간지 '시사저널'과 일간지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차례로 응하면서 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자신은 버닝썬에 1000만원 투자한 얼굴마담이었을 뿐 마약, 탈세 등 일체의 위법행위를 몰랐고 사실이라면 자신도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유착의 정점이라는 윤모 총경은 네번 밥을 얻어먹었을 뿐 경찰인 줄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매매 알선, 해외원정도박 의혹에도 펄쩍 뛰었다.

자신도 멤버였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불법동영상을 퍼뜨린 정준영에게는 "그런 것 좀 하지마라, 그러다 큰일난다"고 말렸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유착의 핵심고리로 의심받는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도 사과문 형식을 띄었지만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엄청난 파장을 부른 카카오톡 상 '경찰총장' 언급도 "마치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듯이 카카오톡 상에서 말했던 것은, 우리 수준이 그 정도였을 뿐"이라며 허풍과 무지의 결과로 돌렸다.

승리와 유인석 대표가 유일하게 인정한 혐의는 동업한 클럽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위법인 줄 알면서도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운영했다는 건데 "강남 클럽들 다 그렇게 하길래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승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경찰 유착이라 할 거고, 윗선에서 봐줬다 할 거다.결국 저는 한평생 이렇게 의혹에만 쌓인 사람으로만 살아야 한다"며 "정준영은 명확한 증거들이 있어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그러나 (카카오톡에서) 사적인 대화로 실추된 내 이미지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정도는 무혐의를 받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126명 규모의 역대급 수사팀을 꾸리고 명예회복을 노리는 경찰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역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소리를 듣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