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남성들의 화장과 ‘여장(女裝)’을 전문으로 하는 ‘남성 전용 메이크업 숍(이하 여장·화장 전문숍)’이 등장했다.

일본 남성들의 여장은 10년 전쯤 시작됐고, 남성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2~3년 전부터 생겨났다.

하지만 화장과 여장을 동시에 하는 전문숍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장부터 여장까지 전문샵, 지난 1년의 노력 일본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남성 전용 여장·화장 전문숍은 1년 전쯤 오사카시에 문을 열었다.

숍 운영자 이마씨는 “지난 몇년간 화장한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남성들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동료였던 한 남성의 부탁을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다.

동료 남성은 “오랜 만에 만나는 남자친구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며 화장을 요구했다.

그는 “난생처음 남자 얼굴에 화장하며 여성 화장과 다른 재미와 월급쟁이 때 느끼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남성을 전문으로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위해 1년간 노력을 기울였다.

모델이 없어서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화장할 남성 지원자를 모집하고, 특수 메이크업으로 불리는 ‘드래그(drag) 퀸’ 수업 등을 들었다.

‘드래그’란 남성이 코르셋·하이힐·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화장 등으로 ‘여성적 이미지’를 과장되게 흉내 내는 퍼포먼스다.

드래그를 하는 남성을 ‘드래그 퀸’이라고 부른다.

그는 “남성 화장은 여성과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며 “여성 화장보다 힘들지만 재밌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화장하는 이유···80살 넘은 노인도 화장 전문점은 젊은 남성이 주고객이다.

전문점은 매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이 다녀간다.

남성 손님들이 여장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첫 경험’과 ‘여성 옷을 입어보고 하는 호기심이 많다’고 이마 씨는 설명했다.

남성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A씨는 “놀러 갈 때나 아르바이트할 때 화장한다”며 “처음 화장하고 사람들 앞에서 섰을 때 부끄러움 마음밖에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예쁘다’, ‘여자 같다’는 칭찬을 들어 더는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시선이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떨치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일본)사회는 ‘여성의 화장은 매너’라고 하지만 남성이 화장하면 거북함을 느끼는 이가 많다.화장은 개인의 선택과 기호일 수 있고, 화장을 통해 외모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화장하는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님 중에는 팔순을 넘긴 노인도 있었다.

이마 씨는 “한 노인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도전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며 “노인은 화장하고 여자 옷 입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알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왜 화장하고 여자 옷을 입으려 하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화장을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남성들의 생각과 미(美)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남잔 화장하면 안 되나요?” 이마 씨는 “화장은 복잡하고 귀찮은 작업”이라면서도 “외모를 중시하는 이들은 번거롭다는 생각 대신 화장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화장 후 달라진 모습에 만족감 또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반면 화장 또는 여장을 위해 전문숍을 찾았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화장 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마 씨는 “화장은 개인의 자유고 화장한다고해서 남성이 여성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남성도 아름다운 모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쁜 남자 좋아도 여장남자는 싫어” 일본 남성들의 여장은 201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시작된 남성들의 여장은 처음 만화나 게임 등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코스튬이 주를 이뤘지만, 여장기술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관련 서적이나 동영상, 강좌가 개설돼 일부 남성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메이지대학 미츠하시 쥰코 강사는 “‘귀여움’에 가치를 두는 젊은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본 남성들이 여기에 강한 열망을 갖게 된 것”이라며 “여성이 재미 등의 이유로 남성의 여장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도운 것도 여장남자가 증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여성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남성의 화장이나 여장을 거북스러워 한다.

한 여성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친구 최악의 취미로 애니메이션, 게임, 플라스틱 모델 등의 마니아적인 취미보다 여장이 더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