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 등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에 몰리면서 북핵 협상에서 승부수를 던지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고서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간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대북 추가제재 철회 지시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재무부, 국무부 등 관련 부처 책임자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불쑥 북한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으로 우왕좌왕하는 극도의 혼란상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했다”면서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가 전날 단행한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제재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 재무부가 수일 내에 취할 예정이었던 대북 추가제재 철회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발표가 타이밍으로는 최악이었지만, 그가 북핵 문제의 현주소를 인식하면서 향후 대북 협상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것을 예고하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고, 북·미 협상 중단 압박을 가하는 등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협박 외교’를 전개하고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철회 지시를 내렸다.

미국 의회, 언론,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날 “미국의 대북 압박 전략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고, 언론 매체 슬레이트는 “김 위원장이 이제 우세해졌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트럼프가 어설프게 대북 양보를 거듭하는 한국 흉내를 낸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입장 발표로 미 정부 부처가 모색해온 대북 강경 대응론을 잠재우고, 다시 대북 협상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신호탄을 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조야에서 대북 제재 강화 등 강경 대응론이 고개를 들었던 게 사실이다.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득세하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북 추가 제재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 철회 지시를 내림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줄곧 견지해온 대북 ‘최대 압박 전략’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빅딜’을 노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는 ‘톱 다운’ 접근 방식으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 철회로 공이 다시 북한 코트로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이제 북한이 다시 대미 협상에 나설지 선택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