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도상해 등 중범죄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회복 도와야' 인식 확산 / 본지 지난해 '범죄, 처벌만이 끝 아니다' 시리즈 보도로 '회복적 사법' 강조 지난해 살인, 강도상해 등 중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 본인 및 그 유족에 지급된 ‘범죄피해구조금’(구조금)이 사상 처음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형사처벌 못지않게 피해자 원상회복이 중요하다는 ‘회복적 정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피해 1건당 평균 4102만원 구조금 지원 24일 법무부·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금은 248건에 대해 총 101억7504만원이 지급됐다.

1건당 약 4102만원이 지급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92억8942만원(264건)에 비해 건수는 좀 줄었지만 금액은 9억원가량 증가했다.

2014년 70억7062만원(331건), 2015년 97억7072만원(382건), 2016년 92억5726만원(279건)과 비교해도 건수는 줄어든 반면 금액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측은 “구조금 산정의 기준인 평균임금의 전반적 상승으로 유족구조금 지급액이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조금은 크게 △살인범죄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유족구조금 △범죄로 영구적 장해를 입은 데 따른 장해구조금 △범죄로 중상해를 입은 경우 주는 중상해구조금으로 나뉜다.

실제 지난해 지급된 구조금 101억7504만원 가운데 가장 많은 92억3446만원이 유족구조금으로 쓰였다.

장해구조금은 7억3613만원, 중상해구조금은 2억444만원이 각각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피해구조금은 범죄로 사망하거나 장해, 중상해를 입고도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피해자나 그 유족에게 일정 한도의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가에 범죄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여한 헌법 제30조 및 그에 따라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이 근거다.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도 수령 가능해져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주요국의 형사정책 입안·집행 동향은 가해자의 엄중한 형사처벌을 강조하던 과거 추세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에 발맞춰 지난해 10월 심층기획 ‘범죄, 처벌만이 끝 아니다’ 시리즈를 연재했다.

보도 후 회복적 정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법무부·경찰청 등 정부는 그간 우리 국민으로 한정됐던 범죄피해자구조금 지급 대상을 결혼이민자 등으로 확대할 것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 적법하게 체류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중 범죄피해자, 그리고 장해·중상해 구조금 신청 후 사망한 범죄피해자의 유족도 구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성년자처럼 구조금 관리가 어려운 피해자들은 필요에 따라 범죄피해 구조금을 분할 형식으로 지급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경찰은 올해 들어 법관, 변호사, 언론인 등 외부인사를 대가 위촉해 ‘회복적 경찰활동 자문단’을 꾸렸다.

여기서 회복적 경찰활동이란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전통적 사법체계가 아닌 피해자 회복과 치유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가해자의 처벌에만 머물렀던 관행을 개선하고 피해자 회복·치유에 중점을 둔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