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주째 국내를 달구고 있는 ‘버닝썬 사건’에 외신들도 하나둘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일본부터 시작해 유럽을 돌다 이제 미국까지 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1일(현지시간)자 기사 ‘몰카, 뇌물 그리고 한류’를 통해 버닝썬 사건이 “전임 대통령과 삼성의 실질적 리더를 감옥으로 보낸 지난 2016년 사건 이후 최대 스캔들”이라 묘사하며,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K팝과 같은 한류에서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례가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라 설명했다.

또 “K팝은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 향상과 관광객 유치 등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번 스캔들은 지난 10여 년 간 한국을 세련되게 만들었던 K팝, 골프, 스마트폰, 강남 등 모든 것을 묻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사실 버닝썬 사건을 놓고 K팝 업계 내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이다.

이 사건이 실제로 K팝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악재로서 작용할 지에 대한 문제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정확히 K팝이 화제가 된 만큼 그에 따른 보도열기도 엄청나고 논조도 대단히 비관적이다.

그런데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제 해외 K팝 팬들이나 일반 독자 반응은 그와 약간 다르다.

민감하게 여기는 지점이 따로 있고, 그 반응들도 나라마다 다르다.

더 정확히는 해당지역 ‘문화’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해외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사실 승리와 관련된 비리 건, 혹은 승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탈세의혹 건이 아니다.

정준영과 관련된 몰카 범죄다.

타국의 특수한 사회적 부패는 자신들 입장에서 쉽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지만 몰카는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문제시 되고 있는 범죄행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0일 검거된 피해자 1600여명 규모 몰카 중계/판매 일당 사건이 겹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범죄 집단부터 K팝 스타까지 몰카 범죄가 만연한 나라란 인상이 씌워졌다.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특히 관광업 차원에서 그렇다.

물론 그래도 K팝 팬들에 한해 더 충격적이었던 건 승리 건이다.

빅뱅은 정준영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글로벌 스타다.

그만큼 그의 성매매 알선 혐의 등도 더 큰 충격파를 몰고 온 게 맞다.

그런데 여기서도, 위 언급했듯, 각 문화권 간 ‘온도차’는 존재한다.

개인주의 기반 사회문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서구, 특히 미국의 K팝 팬들은 이를 두고 K팝 자체에 대한 실망과 환멸로 잇진 않고 있다.

K팝산업 내적인 부조리나 비리라 볼 수 없어서도 있지만, 그저 승리라는 ‘개인’의 문제지 K팝, 한국인, 한국이란 식으로 범주를 넓혀 생각진 않고 있다.

단순히 빅뱅의 향후에 대해 걱정하는 정도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가 깊게 배있는 아시아권은 다르다.

승리 개인 문제를 넘어 ‘K팝 자체의 이미지에 먹칠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김포공항 내 만취난동으로 경찰에 입건된 일본 후생노동성 직원 예만 봐도 그렇다.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한국선 일본인들 자체의 민족성(?) 비난이 쏟아져 나왔고, 반대로 일본서도 부끄럽고 곤욕스럽단 반응들이 나왔다.

엄밀히 개인의 문제임에도 이를 국가, 민족 등으로 확장시켜가며 집단적 동질성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시각들이 존재한단 얘기다.

크게 보면 버닝썬 사건에 대한 한국미디어의 ‘K팝 타격’ 호들갑도 이 같은 집단주의 정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5조 케이팝 산업이 흔들린다.

..한류 타격은 없나’ ‘성범죄 스캔들 이은 거짓말 후폭풍...공든 케이팝이 무너진다’ 등 기사제목들부터 근심과 우려 일색이다.

우리가 이 같은 부분을 염려하니 다른 나라들도 같은 입장에서 민감히 받아들이리라 넘겨짚고 마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권으로 제한하고 보면 딱히 틀린 말이라 보긴 어렵지만, 결국 한류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타국들의 선망과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퍼져나갈 수 있었단 ‘계단이론’, 즉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 문화부터 계단식으로 전파된단 논리를 떠올려보면 액면 그대로 타격이 오리라 예상하는 것도 무리다.

예컨대 극단적으론 총격사건까지 벌어지곤 할 정도로 어지러운데다 근래 미투 운동의 방아쇠 역할을 한 할리우드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이렇다 할 폄하가 이뤄진다거나 할리우드 상품들의 수익저하가 일어나는 현상은 벌어진 일이 없다.

혹 타격이 올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현재로선 더 치열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이 이뤄지는 쪽이 더 안전하다.

‘이런 일’에 대해 ‘이 정도’로 강하고 광범위하게 대응해 병폐를 근절하려 한단 점이 어필되는 편이 언제나 더 낫다.

해외 입장을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어찌됐건 이 같은 범죄행각들은 그때그때 단호하게 대응하는 쪽이 모든 사회의 기본덕목이자 의무다.

같은 대중문화계 차원에서도, 명백한 범죄를 사측에서 은폐하려 하다 오히려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오게 된 일본 걸그룹 NGT48 멤버 야마구치 마호 자택습격사건 예가 존재한다.

이 사건 여파로 결국 48그룹 동력과도 같았던 연례행사 ‘총선거’마저 올해는 취소됐고, NGT48은 해산위기에 놓여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처만 빠르고 정확했어도 이 정도까지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다.

어찌됐건 모든 병폐는 결국 곪아서 터지게 돼있고 은폐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크게 터지게 돼있다.

답은 언제나 단순하지만, 각종 근심과 걱정, 우려가 오히려 본질을 흐려놓기 일쑤다.

보다 상황을 단순하고 간명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김용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