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동주택 공시 예정가격 14일 발표…고가주택 보유자 세금 부담 늘지만 중저가 주택 영향 미미 / 예상보단 낮은 공시자격 증가율로 버티는 다주택자 늘어날 듯…부동산시장 매물 증가 ‘글쎄’ /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 들쭉날쭉 사례…불만, 항의 터져 나와 / 당국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공시가격 산정과정 공개해야 정부가 2019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 예정가격을 지난 14일 발표했습니다.

당국은 현실화율이 낮았던 고가주택 공시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고, 중저가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률 이내로 반영해 형평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입니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중저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단 낮은 공시가격 증가율로 이른바 '버티기'에 돌입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고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부동산시장 매물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번 공시가격에서 드러난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분명합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시세 12억원 이상 주택이 주요 타깃이라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았던 데다,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투기 대상으로 여겨온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가주택은 집값 상승기에 시장을 주도하고, 투기 욕구를 자극하곤 합니다.

사두면 많이 오르다 보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gap)투자'를 유인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투기 유인을 줄이고, 건전한 부동산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시세와 공시가격 격차를 좁히고 과세에 반영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다만 주택 공시가격 상승은 보유세 외에도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국가장학금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저가 주택 공시가격이 실제 집값 상승 이내에서 조정됐다고 해도 추가 보완책을 준비해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야 합니다.

'가격이 오른 만큼 공시가도 올린다'는 것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원칙인데, 들쭉날쭉한 사례가 나오면서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기준이 대체 무엇이냐"는 불만과 항의가 쇄도하고 있어 정부에서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공시가격 산정과정을 설명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상승, 아파트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급매물이 나오거나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진 않지만, 세금에 민감한 일부 집주인들은 앞으로 보유세가 얼마나 늘어날지 계산기를 두들기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일대 매매시장은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집을 파는 게 나을지 묻는 문의 전화가 있었지만 당장 매물로 나오진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시가격 이의신청 기간도 있고, 실제 보유세 부과는 올해 7월부터 시작된다.집주인도 충분히 고민하고 집을 팔지, 보유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공시가격이 확정 발표되는 다음달 말, 보유세 과세 시점인 6월1일을 전후해 매물이 나오는 등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공동주택은 물론,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올라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 최대 80%에 이르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해 종부세가 과세되는 6월1일을 기점으로 연내 주택 매도 여부를 결정하려는 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12년만에 최대 수준 상승…시장 파급력 ‘글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불만섞인 의견도 나왔는데요. 특히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과천시 주민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고정소득이 없거나 적은 노년층은 최근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팔지도 못하고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공시가격 인상은 그만큼 해당 아파트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어서 좋게 해석하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매도, 증여, 보유 여부를 놓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당장 매매시장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공시가격 발표 이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 예정자들이 일단 매수시점을 늦추려는 기색이 역력한데요. 한동안 매도-매수자간 눈치 보기로 거래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호가 격차가 상당해 그 갭이 줄어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월 매매 거래량(14일 신고일 기준)이 720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06년 조사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만 1만3813건이 거래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요. 강력한 9.13 규제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만102건에서 △11월 3533건 △12월 2282건 △올해 1월 1870건 △2월 1589건 등을 기록했습니다.

◆‘공시가격 인상=아파트 가치 상승’ 정부에서 인정해줬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 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보유세 부담이 늘어 무분별한 투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14.17%로, 전국 평균(5.2%)을 웃돌았습니다.

17% 안팎으로 오르면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승률을 뛰어넘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공시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집니다.

자치구별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용산구가 17.98%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는데요. 이어 흑석·노량진 뉴타운사업, 서리풀터널 개통 및 종합행정타운 개발 등이 예정된 동작구(17.93%)와 최근 2년간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단지가 있는 성동구(16.28%)가 뒤를 이었습니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에 이어 공동주택 공시가격 모두 '핀셋 인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세반영률을 끌어 올려 조세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의도지만, 실상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다주택자나 투기세력의 세(稅) 부담을 늘려 부동산시장에 매물을 나오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집값 하락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거래 없는 더딘 집값 하락세를 집값 안정화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 급매물이 거래된 것으로만 집값 안정을 평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정부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가격 조정이나 거래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거래없는 더딘 집값 하락세, 부동산시장 안정화로 해석해도 될까?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비슷하게 올랐는데 공시가가 다르게 산정되거나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인데도 제각각인 경우가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예정안을 토대로 시세와 현실화율 등을 분석한 결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면적별로 공시가 인상률의 차이가 나거나, 더 넓은 평수가 좁은 평수보다 공시가가 낮아 역전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공시가 산정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지역과 실거래가, 인근 시세 등을 반영해 형평성을 높였다고 했지만 정작 같은 단지, 같은 면적, 같은 시세인데도 공시가가 천차만별이어서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도 정부가 시·도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시가격과 관련해 정보 감추기로 일관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경실련은 "정부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표준단독주택은 53%, 표준지는 64.8%라고 설명하나 자체 조사 결과 아파트 용지는 38%, 재벌 빌딩은 29%에 불과했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64.8%는 의심스러운 반영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10년간 시·도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2019년 산출 근거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관련 법령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며 "정부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공시지가·공시가격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2005년 공시가격제도 도입 후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땅값보다 낮게 나오는 등, 엉터리 공시가격이 책정돼 14년간 못 거둔 세금이 70조원에 달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공개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모든 주택 공시가격 산정기준 밝히는 건 무리 vs 최소한의 원칙·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공시지가를 일부러 가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엇인가 있는데 일부러 덮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이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기준을 궁금하게 생각한다'는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그는 "큰 원칙으로 보면 시세가, 가격이 많이 오른 주택들, 시세 반영률이 낮은, 현실과 거리가 많은 그런 주택들에 조금 더 많이 공시지가를 올렸다"며 "공시지가 현실화가 그분들의 생활이나 복지혜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세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리는 "주거 복지 정책을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민이 되도록 빨리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특히 청년과 중년이 집 문제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다음달 4일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안에 대한 의견청취를 마치고 의견이 접수된 공동주택에 대해 재조사·산정,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달 30일 최종 공시할 계획입니다.

집주인들은 공시가격 하향 혹은 상향조정을 원할 시 의견청취 기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의견청취 기간이나 최종 공시 이후 진행될 이의신청 기간에 지자체나 주민들이 나서 반발하면 조정되는 경우가 있어, 항의하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송파구 잠실 등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일일이 밝힐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어떤 원칙과 기준이 적용됐는지는 설명해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