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황교안 대표는 ‘취임 100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쪽지가 적힌 꽃바구니를 원내대표실에 전달했다.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사령탑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안팎에선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엇갈렸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투쟁력’에서 밀릴 것이란 편견을 ‘외유내강’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스스로 깼다.

최근 나 원내대표에겐 투쟁의 대명사인 ‘나다르크’라는 애칭이 생겼다.

‘대여 강경 발언’이 존재감을 톡톡히 빛낸 수훈갑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논란이 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원내에서 ‘말의 전쟁사’에 길이 남을 대여투쟁 최대 성과로 평가됐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가 거침없는 행보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나다르크 “김정은 수석대변인”…논란 딛고 ‘투사’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

“가짜 비핵화로 얻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뿐”이라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과정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성과 퇴장 등으로 즉각 항의하며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당 의원들도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맞서며 본회의장에 일순 소란이 일었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의연한 자세로 버티던 나 원내대표는 “연설을 끝내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했다.

중재에 나선 문희상 국회의장을 겨냥해서도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이라고 쏘아붙였다.

여야 의원들이 한데 뒤엉켜 드잡이를 하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수석 대변인’ 발언의 효과를 몰랐을 리 없다.결과적으로 우리가 당한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돌아봤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효험을 제대로 봤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3월 2주차 주간 집계에서 한국당은 전주대비 1.3%포인트 오른 31.7%로 4주 연속 상승했고,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 2주차(31.5%)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주간 집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는 한국당의 상승세에 대해 △새 지도부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의 기대감 상승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로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증가하면서 대정부 공세의 효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논란이 보수층을 결집시켰다고 분석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친일파 수석대변인” 맹공…‘말’로 받다 제2라운드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친일파의 수석대변인이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반민특위를 모독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제는 촛불국민이 명령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막아나서며 적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되받아쳤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5일 의원총회에서도 “반민특위 활동을 잘 했어야 하지만,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독립유공자협회장을 지냈던 101세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 모여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4일 한국당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어떤 이유에서든 연로하신 독립운동가께서 직접 국회에 발걸음하도록 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대여 투쟁’의 의지마저 굽힌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특위’를 반대한 것”이라며 “결코 독립운동의 위대한 가치와 업적을 부정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1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역사 독재'가 결국 오늘과 같은 갈등의 시작이었다.사실과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역사공정을 비판하려 했던 것”이라면서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역사공정의 공포정치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친북,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완화하거나 없애고자 하는 시도”라며 문재인정부 책임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간 한국당에선 나 원내대표를 두고 당내 구성원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과 정부?여당에 맞서 효과적인 투쟁을 선봉에서 이끈다는 평가가 공존해왔다.

눈치 볼 것 없이 여당에 맞서고, 본인이 자초한 구설도 정면 돌파하는 그의 대응방식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독보적인 존재감이 ‘단점’을 수면 아래로 덮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그가 원내대표 취임 일성에서 약속한 “실력 있는 보수정당”을 3분의 2 남짓 남은 임기 내에 구체화하는 일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