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출국금지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이 아닌데도 기본권을 침해해가며 출국을 막은 것을 두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졸속 조치”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25일 “전산상으로는 김 전 차관이 ‘피내사자’ 신분이지만 담당 검사가 여러 증거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의자로 볼 수 있어서 출국금지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산상으로는 피의자로 입건돼 있지 않다”고 했다.

피의자가 아닌데도 수사 편의를 위해 일단 출국금지 조치부터 취한 셈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자정쯤 인천공항을 통해 타이로 출국하려다 억류된 뒤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날 조치는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을 파악한 출입국 당국이 법무부에 보고한 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출국금지 요청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조사단은 수사권이 없어 이런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긴급출국금지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으로 의심받는 피의자가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취하는 조치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 변호사는 “긴급체포가 안 되니 부랴부랴 출국금지한 것으로 엄연한 불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게 바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런 졸속적인 출입국 관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한 변호사도 “분명히 법에 출국금지 대상은 피의자로 돼 있다.피의자 범위를 피내사자까지 늘리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이 위배된다”고 말했다.

범죄 구성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단 국민 기본권부터 침해했다는 의미다.

애초 김 전 차관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 관계자는 “차라리 재수사를 통해 과거 수사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 아니란 게 밝혀지면 좋겠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