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본능. 한번 문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 법이다.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명인열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15번홀(파5) 티박스에 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마치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좀처럼 추월을 허용하지 않던 단독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가 12번홀(파3)에서 2타를 잃는 틈을 타 공동선두로 나선 우즈의 표정에서는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맹수의 본능이 읽혔다.

강력한 드라이브샷에 이은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투온에 성공한 우즈는 가볍게 버디를 잡아 단독선두로 나섰고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컵 1m에 떨어 뜨려 다시 한타를 줄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18번홀(파4)에서 아쉬운 보기가 나왔지만 먹잇감은 여전히 그의 입안에 있었다.

‘붉은 셔츠의 공포’가 다시 오거스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대회 마지막날이면 어김없이 검정색 바지에 붉은 셔츠를 입고 필드에 나서는 우즈는 15일 열린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공동 2위 더스틴 존슨, 잰더 쇼플리,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역전승이다.

우즈는 2005년에 이어 14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자의 상징인 그린재킷을 다시 입었다.

우승 상금은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 우즈는 마스터스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했고 PGA 투어 통산 우승도 81승으로 늘렸다.

우즈는 1986년 46세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에 이어 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 2위 기록도 세웠다.

오거스타는 우즈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우즈가 1997년 최연소(21세 3개월14일), 흑인선수 최초, 72홀 최소타(270타), 최다 타수 차 우승(12타) 등의 기록을 세우며 새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린 곳이 바로 마스터스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1∼2002년 2연패를 차지하는 등 마스터스에 19차례 출전해 13차례 톱10에 진입했을 정도로 마스터스에 강하다.

2008년 US오픈 제패 이후 11년 동안 메이저 우승을 거두지 못해 한물 간 것으로 보였던 우즈가 마스터스 정상에 다시 서면서 거꾸로 도는 그의 시계가 새 기록을 달성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세운 마스터스 최다 우승(6회)과 메이저 최다승(18승)에 바짝 다가섰고 샘 스니드(미국)가 보유한 PGA 투어 최다 우승(82승) 기록에도 단 1승을 남겨놓게 됐다.

우즈가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때의 기량을 보여준 만큼 이런 대기록 수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즈는 4라운드동안 정확한 아이언샷을 구사하며 버디 22개를 떨궜는데 25개를 잡은 잰더 쇼플리(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그린 적중률도 80.56%(58/72)로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80%를 돌파했다.

잭 니클라우스는 “우즈가 건강만 유지한다면 드라이버나 아이언, 퍼트 등 모든 면에서 걱정할 것이 없다.우즈가 나를 아주 압박하고 있다”며 우즈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정된 다른 메이저 대회 코스도 우즈에게는 친숙한 곳이어서 메이저 최다승 기록 도전을 쉽게 만들 전망이다.

오는 5월 열리는 PGA 챔피언십은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 블랙에서 열리는데 우즈는 이 코스에서 2002년 US오픈을 제패했다.

6월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도 우즈는 2000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부는 예상대로 타수를 잃기 어려워 악명 높은 ‘아멘코너’ 11∼13번홀중 12번홀(파3)에서 갈렸다.

이 홀은 전장이 155야드로 오거스타에서 가장 짧은 파3홀이지만 그린 앞 개울이 볼을 집어 삼키기 일쑤다.

1980년 PGA 투어 16승을 올린 베테랑 톰 와이스코프가 10오버파로 ‘데큐플 보기’를 범했는데 이때 기록한 13타는 마스터스 사상 최악의 스코어다.

이번 마스터스 아멘코너의 최대의 희생자는 몰리나리가 됐다.

그는 우즈에 2타차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는데 6번홀(파3)까지 파를 놓치지 않았고 49홀 노보기 행진을 이어가면 좀처럼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7번홀(파4)에 이날 첫 보기가 나왔지만 곧바로 8번홀(파5) 버디로 만회하며 굳건하게 선두를 지켰다.

우즈는 10번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3개를 범해 몰리나리를 넘어설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아멘코너가 몰리나리를 집어삼켰다.

그의 12번홀 티샷은 너무 짧아 그만 물에 빠졌고 결국 더블보기로 순식간에 2타를 잃고 말았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하던 토니 피나우(30·미국)도 이홀에 볼을 물에 빠드려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우즈만 이 홀에서 볼을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우즈는 이 홀에서 공동선두로 나서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사진=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