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수식어는 얻기도 어렵지만 바꾸기는 더 어렵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인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강동원(36)은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는 배우다.

'꽃미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후광을 번뜩이며 나타났던 강동원은 '믿고 보는 연기자'를 넘어 이제 '열일'하는 배우 타이틀을 쟁취했다.

66만 관객을 넘어선 '마스터'에서 거슬러 올라가 '가려진 시간' '검사외전' 등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세 편의 영화 주연으로 쉴 틈 없이 관객과 인사했다.

'강동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는 확고하다.

그래서 자칫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강동원은 영리하게도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선택과 연기는 무척 유연했다.

익숙하게 소비되는 틀에 갇히지 않고자 분주한 게 눈에 보였다.

'마스터'에서도 '첫' 형사 역할, 정의구현을 담당하는 김재명을 선택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망설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쉬운 건 없었다.

"정의로운 캐릭터는 입체감이 없으니까 매력도가 떨어져서 끌어올려야 해요. 아무래도 김재명이 이끌고 가는 영화인데 캐릭터 매력이 떨어지면 감정 이입하기가 어려우니까 그게 힘들었어요. 최대한 다른 짓을 안 하고 바른 사람의 매력이랄까, 전문적인 매력을 보여주려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는 느낌으로요. 뭔가 더 하지 않고 최대한 비우려고 했어요."금융사기범을 뒤쫓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 평소 시사 이슈에 관심이 많아 금융사기는 생소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나리오상 오류도 잡아낸 강동원이다.

다만 강단 있는 캐릭터에 맞춘 문어체 대사가 그를 꽁꽁 묶었다.

몸소 연기 시범을 보이며 투정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오그라드는 걸 워낙 싫어해서 대사를 가볍게 하는 편인데 김재명은 신뢰감도 줘야 하잖아요. '썩어버린 머리 잘라낸다'처럼 구어체보다는 문어체 대사였어요. 누가 이렇게 말을 해요. 너무 딱딱하니까 대사 치기 힘들고 도망갈 수 없겠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할 수 없으니까 명확하게 드러나고. 대사량도 많고 감정 전달이 아닌 정보 전달이라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깡패 같은 경찰 캐릭터는 많았는데 욕도 안 하고 바른 경찰이라서 좋았어요."'마스터'는 사기꾼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는 줄거리 때문에 시국과 맞닿아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강동원 역시 정의를 실천하는 김재명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얻었다.

"엔딩 장면을 찍고 모니터를 보는데 내가 그렇게 웃고 있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누가 그러면(속이려고 하면) 되게 꼬치꼬치 캐묻는 스타일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진화론, 창조론 믿느냐'고 물어보면 함께 열띤 토론을 하는 스타일이었죠(웃음). 정치 입문이요? 바빠서 정치할 생각은 없어요(웃음). 30년 후면 모르겠지만 먼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으니까요(웃음)."'마스터'는 서울과 필리핀 현지를 오가며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덥고 변덕 많은 날씨에 촬영하는 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많은 것이 고충이었다.

그 시간, 강동원은 김우빈과 팀을 나눠 운동 시합을 해 식사나 술 내기를 했던 추억을 꺼내 들었다.

강동원과 김우빈, 두 배우 인터뷰에서 서로 자신의 팀의 승리를 주장해 조금 헷갈렸지만 말이다.

"운동하고 테니스 치고 농구하고 족구하고 수영 시합하고 놀았어요. YG 대 싸이더스로. (배)정남이와 팀 만들고 우빈이는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매니저 역할이었던 정수교랑 팀을 먹고. 제가 수영은 좀 해서 웬만큼 자신 있어요. YG의 압도적인 승리였죠. 저쪽(싸이더스)에서 안 되겠다며 멤버를 바꿨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죠(웃음)."바른 형사 캐릭터라고 거칠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동원은 '마스터'에서 눈을 시원하게 하는 카체이싱과 총격전으로 다양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3일 동안 좁은 방에서 찍은 맨손 액션신도 있지만 아쉽게도 편집됐다.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유리 조각이 튀어 오른쪽 아래턱 쪽을 꿰매는 부상도 입었다.

"카체이싱이 재밌더라고요. 폭파신이 제일 힘들고 무서웠어요. 액션신을 소화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미리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서로 조심하면서 찍자고 하죠. 할리우드에서 1000억에 찍을 걸 우리나라는 100억에 찍으니까 힘들긴 하지만 나아지겠죠."데뷔 15년 차. 강동원은 3년 전에도 프랑스 파리에 촬영 갔다가 현지 영화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이쯤되면 배우의 운명을 타고난 배우다.

스스로도 이제 "얼굴 다 알려졌는데 연기 아니면 카페를 차려서 살 수도 없고"라고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도 아직도, 여전히 뭔가의 '마스터'가 되고 싶다면 단번에 고민하지 않고 '연기의 마스터'가 되고 싶단다.